근로자 간 임금 양극화 심화
정기적, 고정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국내 주요 기업 10곳 중 7곳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판결이 70%에 달해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의 임금 총액 인상률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날 것으로 예측돼 근로자간 임금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하계정책토론회에서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발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과 임금협상 사례 분석 연구’에 따르면 국내 주요 38개 기업 중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기업은 11개, 포함시키지 않은 기업은 24개, 소송 등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기업은 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 통상임금 의제를 포함시킨 주요 38개 기업의 통상임금과 임금인상률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기업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이 13곳, 1,000인 이상 10곳, 100인 이상 7곳, 5,000인 이상 3곳, 1만인 이상 4곳, 30인 이상 1곳이 포함됐다.
또한 대법원 판결 이후 열린 통상임금 관련 소송 23건 중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판결은 7건, 포함시키지 않은 판결은 16건에 달했다.
자료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기업의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은 4.3%로 통상임금 미포함 기업의 임금인상률 3.3%보다 높았다. 그런데 각 기업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휴일근로, 연장근로 등 장시간근로를 실시할 경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기업의 임금총액인상률은 3.8%인 반면, 포함 기업은 8.9%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정기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한 A기업의 올해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5%보다 낮은 4.1%에 그쳤지만, 작년과 같은 수준의 장시간 노동을 실시할 경우 임금총액인상률은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다투고 있는 대기업 근로자와 아예 정기상여금조차 없는 다수의 중소기업 근로자간 임금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높은 임금총액인상률이 전적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에 따른 결과인지, 추가 원인이 있는지는 따져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임금 논란의 원인인 복잡한 임금체계나 장시간 노동 문제 등을 개선하려고 한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며 “통상임금 포함에 따른 비용증가만을 걱정하기보다 근본적 문제해결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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