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결정을 국립대가 안 지켜
서울대가 산하 어린이집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보육교사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에 적극 나서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국립대가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서울대 학생처 부속기관인 백학어린이집(만 1~2세 대상)에 따르면 서울대 인사교육과는 18일 무기계약전환 심사위원회를 열어 2012년 9월 1일 임용된 어린이집 교사 4명에 대해 무기계약전환 불가 입장을 결정했다. 계약직으로 2년간 근무한 교사 4명은 9월 1일이 되면 무기계약직 신분으로 전환되는 상황이었다. 이 어린이집 교사 24명은 모두 계약직 신분으로, 현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6명과 아직 근무연수 2년이 되지 않아 일반 계약직으로 일하는 18명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대학은 어린이집에 보낸 공문을 통해 ‘보육교사의 직무가 통상적인 업무로서 대체 가능성이 높고,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 요인으로 기관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전문적인 영역도 아닌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매년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은 “학기 중에 교사가 교체되면 담임교사에 애착을 갖고 적응한 아이들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재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학은 “보육 안정성 저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했다”고 거부했다.
당장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는 해당 교사들은 불이익을 우려한 듯 대학 결정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반발하는 분위기이다. 학부모 조모(37ㆍ여)씨는 “엄마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 정서 발달에 영향을 주는 보육교사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립대의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인사교육과 관계자는 “어린이집 예산의 60% 가량이 인건비인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수의 무기계약직이 생기면 이들이 40~50대가 됐을 때 고임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대학재정을 고려해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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