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장 임명 건 이례적 '부결'… 내달부터 총장 공석… 직무대행 체제
특정 교수 '성매매' 의혹 제기에 해당교수 "사실무근… 고소" 펄쩍
개강을 앞둔 경북대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차기 총장 선정을 놓고 함인석 현 총장과 교수회 측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교수들간의 고소ㆍ고발전이 벌어지고, 총장 퇴임식 당일에 총장 반대파 교수들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예고돼 있다. 지성의 전당 대신 오기와 감정싸움의 막장이나 다름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경북대는 최근 이대우(노어노문학과 교수) 교수회의장 등 3명에 대해 29일 오후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측은 징계사유는 물론 대상자와 징계위 개최 시간까지 ‘대외비’라며 밝힐 것을 거부했으나 총장 직선제 폐지 과정에서 함인석 총장과 갈등을 빚은 교수회 소속 일부 교수들이 그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징계 대상자에 포함된 A교수는 함인석 총장에 대해 ‘막말’을 한 것 등이 징계 사유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대우 의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개최 시간이 이임식(오후 4시) 1시간 20분 전인 오후 2시 40분에 시작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임기 말, 그것도 이임식 직전에 여는 징계위원회는 볼썽사납다는 지적이다. 이대우 의장은 “이번 징계위원회 출석 요구는 이대우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교수회에 대한 징계로 이해하고 있다”며 “28일 단대 의장단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의 결과에 따라 징계위 불출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교수들간에 명예훼손에 따른 고소전도 벌어지고 있다. 경북대 B교수는 최근 자신을 비방하는 이메일을 경북대 전 교수들에게 보내 명예를 훼손했다며 C교수를 대구지검에 고소했다. C교수는 “B교수가 국내 출장 중 성매매를 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고, B교수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함인석 경북대 총장은 퇴임을 앞두고 부총장 기획 교무 3대 핵심 보직자 인사를 단행했다. 상당수 교수들은 총장 퇴임 이후에도 총장선거에 간여하려는 함 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부총장 임명건이 인사위원회에서 부결되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일반 보직교수와 달리 부총장은 임기제인데다 총장이 임명한 처장ㆍ부처장과 학장 등은 물론 비보직교수도 참여하는 인사위원회 의결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총장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인사위원회에서 총장의 뜻이 부결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직사퇴서를 수리한 기획 교무처장도 최근 권순창 경영대교수를 기획처장에 임명했을 뿐 교무처장은 27일 현재 공석으로 남아 있다.
30일 열기로 한 후보자추천위원회도 무산 가능성이 높다. 6월26일 위원회에 출마했던 8명의 후보자 중 일부가 불참의사를 밝혔고, 학내외 추천위원들도 복잡한 학내 분위기 탓에 불참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장선거가 말썽이 난 것도 상당수 추천위원 후보들이 당일 위원회 참석을 꺼리는 바람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교수회측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가 공지했던 29일 또는 내달 4일 총장추천위원회 개최도 물 건너갔다. 총장이 지난 21일 총장임용후보자선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공포했기 때문에 3월31일 규정안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공식적으로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 강행하더라도 일부 후보의 불참이 예상되고, 교육부에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북대는 9월 1일부터 총장 공석 사태가 불가피하게 됐다. 총장 유고시 (일반)부총장 다음 서열인 정성광 의무부총장이 총장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학내외 관계자들은 현 총장 임기 이후에는 현 총장 의중과 무관하게 총장 재선정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성광 의무부총장도 임기가 10월7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은데다 교수회와 무리하게 대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에 근거한다.
경북대 한 교수는 “이임식 1시간여 남겨 두고 징계위원회를 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결국 순리대로 총장재선정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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