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삼성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순환출자(그룹 계열사끼리 지분을 돌려 소유하는 것) 규모를 대폭 축소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27일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순환출자 현황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난해 발표한 순환출자 현황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순환출자를 성립하는 한 사이클) 수가 51개(계열사 지분율 1% 이상 소유 기준)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6월 도입한 전산프로그램으로 확인한 결과 실제 순환출자 고리 수는 무려 5,851개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 역시 지난해 순환출자 고리가 16개인 것으로 공개됐지만 실제로는 30개에 달했다. 공정위는 “롯데와 삼성에서 제출받은 내역을 정밀하게 검증하지 못한 채 발표한 것이 원인”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기업들이 제한된 시간에 일일이 수작업을 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지난달부터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가 전면 금지되면서 순환출자 고리 수 1, 2위인 롯데와 삼성은 최근 고리 수를 대폭 줄였다. 롯데는 순환출자 고리 5,552개를 줄여 지금은 299개가 남았다. 삼성은 30개에서 14개로 줄었고, 현대차는 계열사간 합병 때문에 2개에서 5개로 늘었다. 순환출자를 한 대기업 14곳의 전체 고리 수는 5,937개에서 350개로 줄었다.
해외계열사가 하나라도 낀 순환출자에 대해선 현행법상 규제가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내계열사보다 해외계열사가 더 많아진 상황에서 국내계열사만을 대상으로 소유구조 등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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