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을 확정ㆍ발표했다. 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2022년까지 모든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운용규제를 대폭 완화해 연금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주식 등 금융상품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40%에서 70%로 늘리는 한편, 회사 밖에 기금을 설립해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에 자유롭게 투자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를 2016년 7월부터 도입키로 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 노후보장을 위해 미리 쌓아놓는 재원으로 후불성 임금에 해당한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줄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맡겨 운영토록 한 뒤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하지만 시행 10년차인 현재 종업원 300명 미만 사업장의 가입률이 15%에 불과하고, 영세ㆍ중소기업의 가입률은 더욱 저조한 실정이다. 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되다 보니 수익률도 낮아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이 개인의 노후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적 연금인 퇴직연금의 대상 확대와 수익률 제고는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번 대책이 퇴직연금의 수익성 향상에만 초점을 둔 건 아니다. 연금 판매에서부터 운용 및 수익률 공시까지 단계별 소비자 보호장치를 강화했다. 위험성이 큰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하고, 퇴직연금 중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 적립금에 대해선 일반금융 상품과 구분해 추가로 금융기관별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도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수익률을 중시하다 보면 손실위험도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특히 새로 도입되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개별기업의 사내기금운용위원회가 별도의 수탁자(수탁기금)를 지정해 운용토록 하는데, 높은 수익률의 유혹에 못 이겨 위험한 투자로 쏠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한 펀드나 주식이 오르면 문제가 없지만 폭락하면 퇴직연금을 대부분 날릴 수 있다. 실제 2012년 일본에서는 기금이 파산해 80여만명의 근로자가 연금 일부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퇴직연금은 수익성과 안전성이 조화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가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행 원금보장 계약형 퇴직연금보다 손실 위험이 큰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해 추가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운용하는 기금 수탁자에게도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새 제도 시행으로 관리 운영상 큰 부담을 지게 될 영세ㆍ중소기업에 대한 추가적 지원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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