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스태프도 20대 또래 대학생...알바로 번 돈 모자라 대출까지 받아
프로 증명 위해 이름 딴 업체 등록도.."대학로 전쟁터에서 꼭 살아남겠다"

“대학생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의 모습으로 당당히 대학로를 접수하고 싶습니다.”
25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 피카소에서 만난 뮤지컬 제작자 조신(23)씨는 이번 공연에 대해 “취미가 아닌 영리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치열하게 작품을 준비했다는 뜻이다. 조씨를 중심으로 모인 대학생 15명은 창작 뮤지컬 ‘무고함과 해악’을 제작, 대학로 소극장에서 당당히 일반인 관객을 만난다.
고려대 미디어학부에 재학중인 조씨는 이 뮤지컬의 연출자이자 작곡자다. 시나리오를 직접 썼고, 극중 삽입곡 15곡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이별한 남녀간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했다.
배우와 스텝도 모두 21~25세 가량의 대학생들이다. 하지만 젊은 대학생들이고 연기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단했다면 오산이다. 동기, 동창, 군대 선후임, 오디션 등 만나게 된 사연은 다양하지만 공연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는 이들은 실력도 만만찮다. 오디션 공고를 보고 찾아 온 장윤호(23)씨는 이미 연극ㆍ뮤지컬계에서 활동중인 프로이고, 조씨의 군대 후임인 김동주(25)씨도 중앙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있다. 조씨와 같은 과 동기인 한혜진(23)씨 역시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꿔온 배우지망생이다.
조씨가 전역한 지난 4월부터 이들은 꿈을 실현하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쳤다. 제작, 연출ㆍ연기, 음악, 무대, 홍보ㆍ기획, 마케팅 등을 일사불란하게 해결했다. 최근 조씨는 자신의 이름을 따 ‘신(scene)’이라는 업체 등록도 마쳤다.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어 프로다운 작품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삽입곡과 시나리오는 조씨가 의경으로 복무 중이던 지난해 8월부터 줄거리를 구상을 시작해 제대 후 완성했다. “어느 날 광화문에서 야간 근무를 서는데 갑자기 악상이 떠올랐습니다. 대중들에게 어필할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죠.” 뮤지컬은 60분 분량인데, 어쿠스틱 기타리스트를 초청해 오프닝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총 공연시간은 약 90분이다.
문제는 제작비. 아무리 저예산 작품이라 하더라도 수백만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갓 제대한 대학생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조씨가 제대 후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쏟아 부었고, 나머지는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았다.
조씨는 대학 입학 후 영화, 음악,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끼를 발산해왔다. 의경 시절에는 중대원들과 협업해 경찰 인권 영화제에 단편 영화 ‘미친 놈’을 출품했다. “인권 무시가 만연했던 시절, 일부 경찰들이 정신질환자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상황을 표현했습니다. 입상은 못했지만, 이번 뮤지컬의 자양분이 된 소중한 경험이었죠.”
첫 공연부터 흑자는 어렵겠지만 이번 작품에 집중해 수익금으로 일단 대출금을 갚고 다음 공연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또 각종 연극ㆍ영상제에 출품할 차기 작품도 구상 중이다. 조씨는 “대학로 소극장에 진출한다는건 그야말로 전쟁터에 뛰어든다는 얘기입니다. 전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웃었다. ‘무고함과 해악’은 28∼30일 대학로 소극장 피카소 1관에서 총 5차례 열린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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