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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석연찮은 공직개혁

입력
2014.08.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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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산만하고 겉도는 듯한 공직개혁

직무유기ㆍ해태, 무책임 혁파대책 절실

국가혁신위 강력한 개혁안 못 내면 실패

공직개혁은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로 약속한 국가혁신의 핵심 축이다. 규제개혁이 경제활성화를 이끄는 엔진이라면, 공직개혁은 국가혁신의 견인차인 셈이다. 지난 7월 우여곡절 끝에 유임이 결정된 정홍원 총리가 “신명을 다해 국가혁신에 나서겠다”고 비장하게 다짐할 때만 해도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뭔가 석연치 않게 돌아간다는 느낌이 점점 짙어진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정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예고한 ‘국가대혁신범국민위원회’가 출범한다. 총리가 위원장을 맡을 위원회는 공직개혁 등 4개 분과위를 두고 구체적인 개혁 방향과 목표 등을 세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개혁 작업이 왠지 산만하고 두서 없이 비쳐지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공직의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막연하고 그나마 산발적으로 나오는 얘기들도 도통 두서가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대통령이 공직개혁 화두를 던진 뒤, 정 총리가 유임 담화를 통해 밝힌 공직개혁의 방향은 ‘관피아’ 척결, 인사 혁신, 부정부패와 잘못된 커넥션 타파 등이었다. 구체적인 개혁 추진을 위해 국가대혁신범국민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대치로 국회에 제출된 정부조직법과 공직자윤리법,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은 발이 묶여있고, 혁신위원회 역시 출범 시점인 지금까지도 ‘범국민’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각계의 인사를 모으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그나마 눈에 띄는 정 총리의 움직임이라곤 최근 총리실 직원들을 모아놓고 ‘부정부패 척결 워크숍’을 했다는 정도니, 이러다가 부정부패 척결 호소만 하다가 공직개혁 끝내자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대통령과 총리가 공직개혁을 구상을 내놨을 때 대다수 국민이 기대한 공직개혁의 방향은 분명했다. 우선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지 않아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는 공직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는 개혁이었다. 세월호 참사 과정만 돌이켜봐도 선박의 무리한 증ㆍ개축과 과다한 선적을 감독할 공직자의 직무유기가 사고를 빚었다. 아울러 구난 유관 부서들의 직무해태가 피해를 키웠다. 따라서 그 원인이 ‘관피아’ 비리이건 전문성 부족이건, 공직사회에 만연한 직무유기와 직무해태에 의한 피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바꾸기를 바랐다.

아울러 대통령이 공직개혁을 거론하면서 ‘적폐’라는 말을 썼을 때 대다수 국민은 맡은 바 임무를 하긴 했지만 무책임하게 일을 함으로써 피해를 일으키는 ‘무책임 행정’ 역시 혁파되길 바랐다. 선심행정과 안이한 사업성 분석이 맞물려 당장 1조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한 용인 경전철사업을 비롯해 매년 국감 때마다 한 보따리씩 쏟아져 나오는 정부와 지자체의 막대한 예산낭비 대부분이 무책임 행정의 결과다. 끝없이 불거지는 초ㆍ중등 교과서의 오류부터 아무리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는 고속도로 불량적재 및 과적차량 문제 같은 것도 따져 보면 모두 무책임 행정의 부작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론된 공직개혁은 공직자의 직무유기나 해태, 무책임 행정을 직접 제어할 구상은 거의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심지어 예산낭비 방지를 위해 그 동안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국민소송제 도입 문제조차 공직개혁 논의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물론 공직개혁이 당장 첫 술에 배부를 정도의 결과를 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인사혁신처가 가동되고,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요건을 강화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관피아’ 부작용도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감사원이 최근 내놓은 ‘적극행정 면책’ 제도 도입도 공직자들의 능동적 업무처리를 촉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방안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개혁 효과는 사실 국민적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국가개조’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힘주어 시작한 공직개혁인 만큼 공직자들의 직무유기나 해태, 무책임 행정 관행에 쐐기를 박을 강력한 징계와 포상, 만연한 예산낭비에 경종을 울릴 국민소송제 도입 등 보다 뚜렷하고 구체적인 개혁과제가 시급히 정립돼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정 총리든, 국가대혁신범국민위원회든 실패를 향해 달리는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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