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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분담의 정치학

입력
2014.08.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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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마이웨이’ 행보를 놓고 정계 안팎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야당 지도자씩이나 된 사람의 처신치곤 너무 가벼워 꼴사납다는 폄훼부터, 타협이란 대의 민주정의 해법을 내팽개친 채 ‘착한 지도자’ 이미지를 쌓기 위해 취한 대중 영합적 행태란 비난까지. 그러나 귀감이 될 만한 행동이라는 의견도 많다. 민의 대변이 정치인의 사명이란 점에서다. 새정치연합 박영선(사진 오른쪽)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여야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 수용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던 중 단식 농성 중인 문 의원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마이웨이’ 행보를 놓고 정계 안팎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야당 지도자씩이나 된 사람의 처신치곤 너무 가벼워 꼴사납다는 폄훼부터, 타협이란 대의 민주정의 해법을 내팽개친 채 ‘착한 지도자’ 이미지를 쌓기 위해 취한 대중 영합적 행태란 비난까지. 그러나 귀감이 될 만한 행동이라는 의견도 많다. 민의 대변이 정치인의 사명이란 점에서다. 새정치연합 박영선(사진 오른쪽)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여야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 수용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던 중 단식 농성 중인 문 의원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정치판에서 진정성이 실종된 지 오래다. 문재인의 고통 분담이 액면대로 해석되지 않는 이유다. 지나친 권력욕은 본분을 잊게 한다. 정략이면 어떤가. 대통령의 방관이 더 돋뵈잖나.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어제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여드레째 단식 농성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을 만나볼 작정이었다. (…) 수척해 보였다. 몇 마디 말이라도 건넬까 하다가 돌아섰다. 민망해서다. (…) 세월호 농성장에선 다양한 단식이 벌어지고 있다. 한 사람이 하루씩 이어서 단식하는 ‘릴레이 단식’부터 정당ㆍ종교ㆍ분야별로 나눠서 이뤄지는 집단 단식도 있다. (…) 그러나 적어도 광화문 농성장에선 단식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그런 비장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문 의원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 문 의원은 애초에 한 달 넘게 단식을 벌인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에게 단식을 중단하라고 설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다 김씨 대신 단식을 하겠다며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단식이라는 방식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이 국회를 떠나 광장에 나와서 (단식을) 한다는 것이 정도(正道)는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대리 단식’에 나섰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문 의원이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에게는 세월호 농성장의 그 누구도 갖지 못한 숱한 선택과 기회의 문이 열려 있었다. (…) 문 의원은 대선에서 패했지만 1469만여명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이런 문 의원의 정치적 비중과 무게감은 현역 정치인 모두를 압도한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생각과 방안을 세월호특별법 등에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 문 의원은 최근 “우리 정치가 너무 비정하다.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정치인 문재인’의 대표 상표로 내세웠던 ‘착한 지도자’ 프레임(틀)을 또 꺼내 든 것이다. (…) 정작 문 의원은 지금껏 자신이 단식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야 한다고 할 뿐이다. 세월호특별법과 관련된 핵심 쟁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문 의원이 유족들의 요구를 대통령과 청와대에 전달할 방법은 단식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꽉 막힌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들과 대조를 이루는 설득ㆍ화합의 정치를 선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문 의원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 정상에서 한참 벗어난 정치를 지켜보는 것 자체가 고역(苦役)이다.”

-보기에도 민망한 문재인 의원의 斷食(조선일보 기명 칼럼ㆍ박두식 논설위원) ☞ 전문 보기

“권력의지란 무엇일까. (…) 니체 철학에 터를 잡고 현실 정치의 표현으로 엮는다면 ‘(정치인으로서) 존재의 가장 심오한 본질이며 (정치적)삶의 근본 충동’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다. 갑작스레 권력의지가 떠오른 것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살펴 권력을 잡겠다는 정치인치고 ‘부족한 권력의지’가 논란이 됐던 이가 문 의원 말고 또 있을까. (…) 그런 문 의원이 언제부턴가 권력의지가 충만해졌다고 한다. 문 의원 주변에서는 차기 당권 논의가 거론되고 있다고도 한다. 일각에서는 문 의원이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 옆에 자리를 깔고 단식에 나선 것도 당권 경쟁 구도 속에서 해석하고 있다. (…) 문제는 문 의원의 행보가 안 그래도 지리멸렬한 새정치연합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문 의원이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두는 것과 상관없이 그의 행보는 당장 “여야 재합의를 유가족에게 설득하겠다”는 박영선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지도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 제1야당의 대선 후보를 지낸 문 의원의 단식은 정치적 의미와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의 행보가 꽉 막힌 세월호 정국에 돌파구를 만드는 기폭제가 된다면 정치적 위상은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고 대권의 큰 그림도 성큼 다가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그의 행보가 청와대와 여당은 움직이지 못한 채 도리어 야권의 분란만 부채질한다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 문 의원이 대선 패배 이후 정치의 전면에 나선 것은 지난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에 이어 두 번째다. (…) 그 때나 지금이나 문 의원의 메시지가 실세 정치인의 간접화법으로 정치에 투영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 그룹이 당의 주류인데도 전면에 나서기보다 뒷전에 물러앉아 ‘훈수정치’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문 의원이 권력의지를 회복하고 있다니 당의 전면에 나서 책임정치를 보여 줬으면 한다. 권력의지는 누군가 옆에서 만들어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 직면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그 결과를 무한정 책임지면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문 의원이 진정 차기 대선에 의지를 갖고 있다면 비상의 상황인 지금, 아니면 최단의 비대위 체제 직후에 곧바로 당을 책임지고 운영해 봐야 한다.”

-문재인 의원이 전면에 나서라(8월 25일자 한국일보 ‘편집국에서’ㆍ김정곤 정치부장) ☞ 전문 보기

고작 넉 달이다. 벌써 피로라니 가당한가. 하지만 당위와 현실은 다르다. 민심은 세월호를 떠나고 있다. 눈앞 이익을 좇다 기횔 날린 게 야당이다. 기회주의보단 근본주의가 더 낫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 번 변했다. 6ㆍ4 지방선거 때는 우리랑 거리를 뒀고, 7ㆍ30 재보선 때는 와락 달려들었으며, 8월에는 우리를 버렸다.” 어느 세월호 유족이 요즘 느끼는 감정이다. (…) 당이 좌우 편향을 왕복하는 동안 선거에 지고 지지도는 땅에 떨어졌다. 세월호를 지나치게 내세우니 산토끼들이 다가오지 않았고, 세월호를 얼른 털어버리려 하니 집토끼가 달아났다. (…) 당만 망가진 게 아니다. 세월호는 더 엉망이 돼버렸다. 어린아이들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걸 온 국민이 두 눈 번연히 뜨고 지켜본 사건이다. 모두들 펑펑 울었고, 모두들 바꾸자고 다짐했다. 진보 보수로 나눌 일도, 여야로 갈릴 사안도 아니다. 그런데 6·25 이후 최대 비극이라던 세월호 참사가 시시껍적한 여야 다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대선 때 투표 성향과 거의 일치한다. 진도 앞바다에 빠졌던 세월호가 다시 한번 진영 논리의 수렁에 함몰됐다. 물론 청와대의 비겁함이 근본 원인이다. 자신에게 쏟아질 책임과 비판을 회피하려 분탕질을 친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를 대하는 야당의 얄팍함도 분명 한몫 거들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니, 지켜보는 국민도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세월호를 진영 대결의 바다에서 건져내려면 새정치연합의 ‘참회’가 우선돼야 한다. (…) 지금은 싸워서 뭘 얻으려 하기보다는 유족과 국민으로부터 자그마한 신뢰라도 쌓는 게 더 중요하다. 반성이 빠진 채 ‘투쟁’을 외쳐대니 공허하다.”

-야당, 투쟁보다 반성이 먼저다(한겨레 ‘아침 햇발’ㆍ김의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한국 사회에서 의리라는 말은 대개 남성들의 인간관계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현실적 이득을 도모하는 일을 뜻해왔다. 그러나 그건 의리가 아니라 ‘기리’다. 기리는 의리와 한자가 같은 일본말로 ‘자신이 받은 만큼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 의리(義理)란 본디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뜻한다. 의리는 남성적인 말도 아니고 사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사적 관계에 불편이나 손실을 초래하더라도 원칙과 신념을 지키는 것, 눈앞의 이해득실을 넘어 대의를 따르는 것이 의리다. (…) 물론 세월호 유가족도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인이니 정치인들의 ‘현실적 제안’에 왜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의사자 지정, 대학 특례입학 따위 회유책을 마다하고 ‘기소권과 수사권이 있는 특별법’으로 진실 규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의리를 선택한 것이다. 많은 시민이 그들을 단지 ‘불쌍한 사람들’로 여기지 않고 각별한 존중심을 보이는 이유도 그것이다. (…) 한국 정치인들이 정치에서 의리가 무엇인가를 좀 더 쉽고 생생하게 배우고 싶다면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보면 된다. 그는 메말라가는 제 신체로 한국 정치에서 의리가 얼마나 바닥이 났는지, 민심이 얼마나 의리를 갈구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알다시피 그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금속노조 깃발마저 마다하고 어떤 정치적 기술이나 타협 조율도 거부한 채 오로지 억울하게 죽어간 딸에 대한 의리만 좇았다. 가장 비정치적인 선택으로 일관한 그는 역설적이게도 정치의 중심이 되어갔다. (…) 그러니 멍청하고 멍청한 정치인들아, 민심을 얻고 싶다면 무슨 연합이니 타협이니 조율이니 쓰레기 정치 기술일랑 당장 걷어치우고 의리에 우직해라. 우직한 시늉이라도 해라. 극우 정치인이라면 국가에 대한 의리에, 자유주의 정치인이라면 시민에 대한 의리에, 진보 정치인이라면 민중에 대한 의리에.”

-의리 의리 의리(8월 26일자 경향신문 ‘김규항의 혁명은 안단테로’ㆍ‘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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