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日 원전사고 후 자살 주민에 배상 판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日 원전사고 후 자살 주민에 배상 판결

입력
2014.08.27 16:09
0 0

일시 귀가 부인 자살에 남편 소송, 도쿄전력에 4900만엔 배상 판결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피난 생활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와타나베 하마코의 남편이 26일 도쿄전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뒤 아내의 영정을 들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후쿠시마=교도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피난 생활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와타나베 하마코의 남편이 26일 도쿄전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뒤 아내의 영정을 들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후쿠시마=교도 연합뉴스

와타나베 하마코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으로 35㎞ 가량 떨어진 야마키야지구에서 생활하던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 와타나베 미키오와 양계장을 운영하며 자녀를 키우던 하마코는 이웃들을 집으로 초대해 자신이 기른 꽃을 나눠주고 가라오케 대회를 여는 것이 커다란 기쁨이었다. 이웃은 그를 사교적이고 인정이 많은 옆집 아줌마로 기억했다.

하마코의 인생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뒤부터다. 주거지역이 사고 원전과 다소 떨어진 곳이어서 방사능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채 한 달여 생활했다. 하지만 그가 살던 곳까지 심각하게 방사능 오염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하마코는 4월 22일 정부의 피난 지시에 따라 친척집을 거쳐 후쿠시마 시내 아파트에서 아이들과 떨어져 살았다.

피난 후 안색이 나빠지고 식욕이 줄어들면서 미키오는 “살아있는 동안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말을 주변 사람에게 자주 할 정도로 심신이 쇠약해졌다. 자신이 일하던 양계장 일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게 되면서 생계불안도 엄습했다.

하마코는 그 해 6월 30일 정부의 허가를 얻어 남편과 함께 일시 귀가했으나 황폐한 마을을 보고 극도의 절망만 맛봤다. 그는 삶에 대한 의지를 상실했고, 이튿날 자신의 집에서 분신자살해 58세의 생을 마감했다.

남편 미키오를 비롯한 유족은 하마코의 자살이 “피난 생활로 인해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렸고 우울상태에 빠진 것이 원인”이라며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을 상대로 9,100만엔(8,9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도쿄전력은 “원전사고로 심리적 부담이 생긴 점은 인정하지만 고인이 사고 전부터 수면장애로 약을 복용하는 등 원전 사고 이외의 원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맞섰다.

후쿠시마 지법은 26일 “원전 사고와 현지 주민 자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도쿄전력에 4,900만엔의 배상을 명령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시오미 나오유키 판사는 “전망이 불투명한 피난 생활에 대한 절망, 태어나고 자란 땅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고통은 매우 크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자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여서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사고 3개월 뒤 벽에 ‘원전만 없었더라면’이라는 글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당시 54세)의 죽음을 보상 받기 위해 소송을 준비중인 간노 바네사는 “이번 판결을 보며 더욱 용기를 얻었다”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와 관련해 자살한 사람은 2011년 6월 이후 지난 달까지 모두 130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모두 56명이 목숨을 끊은 후쿠시마현에서는 2011년 10명, 2012년 13명, 2013년 23명 등 해가 갈수록 자살자가 늘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