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늦은 밤 별생각 없이 TV를 틀었더니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에서의 일정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탈권위적인 파격적인 행보를 좋아하지만 그가 광화문에서 시복식이라는 가톨릭 행사를 주재할 때, 100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는 얘길 듣고, 아 이건 정말 비정상이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동과 선전이 횡행했던 볼셰비키 시절도 아니고 인류가 진화하기 위해선 전체가 계도되어야 한다는 계몽주의 시대도 아닌 21세기에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인다는 건, 인간의 불가해한 광기와 집착의 어떤 전거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 끔찍하게 느껴진 것이다. 내가 너무 삐딱하게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대체로 광장의 진실은 폭력과 폭압을 용인하는 수단으로 쓰여오지 않았던가. 역사를 지켜봐도 진실, 정의, 선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되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전체주의적인 속성은 타당한 회의와 의심과 비판을 말살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건 아마 프란치스코 교황조차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함과 가난한 마음이 좀더 섬세하게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돌아보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 그의 인기가 가톨릭의 교세 확장과 로마와 바티칸시티의 관광수입을 올려주고 있다는 기사 속에 들어 있는 어떤 가시를, 우리 모두 되새겼으면 좋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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