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거리서 노래 부르며 환호, 하마스 지도자 거리 연설로 최고조
미국·유엔 환영 "지속적 평화 희망" 이스라엘, 차분함 속 긍정적 평가
“전쟁이 끝나 신에게 감사한다.” “가자의 저항은 우리가 이스라엘보다 강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26일 오후 장기휴전 발효와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8일 이스라엘 공습이 시작된 지 정확히 50일 만에 평온을 찾은 이들은 휴전을 승리로 받아들이며 기뻐했다.
외신에 따르면 가자 주민 수천 명은 이날 장기휴전 발효 몇 시간 전부터 미리 거리로 나와 춤과 함께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환호했다. 거리의 자동차들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달고 경적을 울렸다. 교전 기간 동안 은신하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원들도 거리로 나와 주민과 어울려 축포를 터뜨렸다. 이슬람 사원은 확성기로 ‘신은 가장 위대하다’는 방송을 반복했다.
가자 주민 마하 칼레드(32)는 AFP통신에 “아이들과 지금까지 살아남아 기쁘다”며 “고통스러운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마흐메드 아우프(55)는 “우리 마음은 복잡하다.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우리 스스로 이 싸움을 해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하마스 고위인사 마흐무드 알자하르가 거리로 나와 연설을 시작하면서 환호 분위기는 최고조를 달렸다. 알자하르도는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조치 완화와 조업구역 확대 등을 이끌어낸 장기휴전이 사실상 승리라고 주장했다. 교전발생 후 하마스 지도자가 대중 앞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은 “축제 분위기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면서도 “축하용으로 발사된 총격에 주민 1명이 사망하는 등 사고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하마스보다 늦게 장기휴전 합의 사실이 알려진 이스라엘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휴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정도였다.
미국과 유엔도 양측의 무기한 휴전 합의를 환영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가자지구에서 실시될 인도주의 구호활동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휴전 합의가 “항구적이고 지속적이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밝은 미래는 무기한 휴전에 달려 있다”며 “어떤 식의 휴전 위반도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가자지구의 완전한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하마스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재편입, 가자지구 봉쇄 해제, 이스라엘 안보 우려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무장해제 등 평화 정착을 위한 조치가 아직 부족해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이날 가자지구의 고층 상가빌딩 2곳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가자지구와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지역에서도 장기휴전 합의 발표 후 로켓포 공격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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