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치원 개학일. 7살 소년에게는 자신의 개 플로라, 간달프와 함께 놀 시간이 터무니없이 줄어드는 날이기도 하다. 여름과 함께 서로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멀어지는 것이다. 텅 빈 시간 앞에서 한 동안은 버린 듯 안타깝고 버려진 듯 슬프겠지만, 아이도 개들도 곧 새로운 시간에 적응할 터. 이별의 사연도 아이의 책가방도 안쓰럽지만, 풍경이 온기를 잃지 않는 건 암수 한 쌍이기 때문일 것이다.
땅과 하늘이 한 선분 위에서 만나는 저 사진 속 마을은 미국 유타주 카나브라는 곳. 가장 가까운 친구 집도 수 마일씩 예사로 떨어져 있는 동네다. 아이로선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친구와 어울려 놀기도 힘들 것이고, 플로라와 간달프는 그래서 더 특별할지 모른다. 버스 정류장까지만이라도 아이는 저렇게 걷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이는 한동안 유치원에서도 저 끈의 장력을 기억할 것이다.
최윤필기자proose@hk.co.kr 유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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