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부패 총괄 왕치산 솔직 답변… 시진핑 칼날, 공룡 국영기업 겨냥
“더 큰 ‘호랑이’가 있느냐”“부패의 근원까지 치료할 시간표를 갖고 있냐”“일부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어떻게 할 것이냐”“월병(月餠)까지 단속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중국의 반(反)부패 사정을 총괄하고 있는 왕치산(王岐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상무위원(서열 6위)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당 고위 간부들로부터 받은 질문 공세이다. 왕 서기는 그러나 이들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 오히려 회의 참석자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와 법제만보(法制晩報)가 27일 전했다.
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25일 오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2기 전국위원회 상무위원회 제7차 회의에 왕 서기가 등장했다.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정협 상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상무위원들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절대적 신임을 받으며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 지휘해 온 왕 서기에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냈다.
왕 서기는 먼저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보다 더 큰 ‘호랑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소리 없이 웃으면서 “차차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부패 척결 시간표와 관련해선 “매일 부패 조사 실적 등을 공표하는 것은 표면적 치료에 그칠 수 있어 근원적으로 부패를 없애는 제도적 방안의 건설도 추진 중”이라며 “공무원 보수와 결산 보고 제도 등을 바꿀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홍콩과 싱가포르의 공무원 부패 방지 제도 등도 참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동 현상에 대해선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그러나 이보다 더 급한 것은 일부의 반발과 방해”라고 털어놨다.
공금으로 호화 행사 등을 치르는 것 등을 금지한 ‘8항 규정’의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는 인민들과의 약속”이라고 반박했다. 월병과 상품권 단속에 대해선 “작은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문제들도 잘 처리하지 못하면 결국 당과 인민들 사이에 커다란 장벽이 생길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실상 ‘청문회’ 같은 이날 문답은 2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정협 상무위원들은 서로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들었으며, 2시간 내내 자리를 뜨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정협 상무위원은 “현장에서 이렇게 많은 즉석 질문이 쏟아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오른팔로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통일전선공작부장(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중화권 매체는 그의 형인 링정처(令政策) 산시(山西)성 정협 부주석이 면직되고 측근들이 잇따라 낙마한 점을 들어 저우 전 서기에 이은 다음 호랑이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또 2012년3월 당시 23세이던 아들이 고가 스포츠카인 페라리에 젊은 여성들을 태우고 음주 운전을 하다 교통 사고로 숨지자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저우 전 서기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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