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개발보다 비용 적게 들어, 중국산 게임 국내 수입 급증
웹 게임 90% 이상 차지
中 정부, 게임산업 육성 나서 / 국내 업체ㆍ인력 모셔가기 적극
최근 콘솔 게임 시장 전격 개방 / MSㆍ소니, 中 시장 진출 채비
中 IT기업들 자체 하드웨어 개발도
한때 중국은 한국 온라인 게임의 뒷마당이었다. 국내에서 성공한 게임들이 속속 중국에 진출하며 또 다른 성공으로 이어졌으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은 물론이고 국내 게임 시장마저 중국산 게임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웹브라우저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컴퓨터(PC)용 웹게임의 경우 이미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여기에 국내 게임업체 사들이기도 적극적이다. 휴대폰, TV에 이어 게임산업에도 ‘차이나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산 게임 공세에 밀려 사실상 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중국산 게임을 수입하는 것이 직접 개발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체 A사 대표는 “중국 게임업체들은 인건비가 낮아 국내업체들보다 개발비가 적게 든다”며 “국내에서 개발해서는 이 비용을 맞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한국 게임업체 인력 모셔가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저장(浙江)성 리쉐이(麗水)시의 경우 아예 한국 모바일게임 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해 게임관련 우수 인력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이들은 ‘언제까지 열악한 한국 환경에서 게임을 개발할 것인가’라는 자극적 문구까지 동원하고 있다. 여기서 ‘열악한 환경’이란 한국 정부의 과도한 게임산업 규제 등을 의미한다.
리쉐이시는 3년간 사무공간과 상주 인력의 숙소를 무료 지원하고 각종 세제 혜택까지 제공한다. 특히 리쉐이시는 중국 거대 정보통신(IT)기업 알리바바가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각종 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있어서 향후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거나 알리바바를 통한 게임 유통도 기대할 수 있다. A사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10여개 이상의 국내 게임업체들이 리쉐이시 모바일게임 개발지원센터에 입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게임 산업 지원책은 이것뿐이 아니다. 철옹성처럼 닫혀있던 가정용 게임기(콘솔) 시장을 올해 전격적으로 개방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가 중국 시장에 진출을 준비 중이다. MS는 다음달 중국에서 가정용 게임기 ‘엑스박스원’을, 소니는 11월에 ‘플레이스테이션4’를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 중국 IT기업들도 속속 콘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휴대폰제조업체 ZTE는 이달 초 상하이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에서 가정용 게임기 ‘펀박스’와 200여종의 게임을 선보였다. 중국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게임기 ‘모바일박스’를 같은 전시회에서 공개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중국의 하드웨어 자체 개발이 자연스럽게 관련 콘텐츠 산업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펀박스와 모바일박스 모두 안드로이드폰과 동일한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를 사용하기 때문에, 손쉽게 모바일 게임 시장도 함께 공략할 수 있다. 국내 게임 개발업체들이나 MS, 소니가 중국의 게임업체를 경계하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모바일 게임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국내 우수 모바일 게임업체들과 인력들도 중국업체들의 집중적 공략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알리바바는 이달 초 국내 모바일게임업체 카밤에 1억2,000만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중국 쿤룬, 추콩 등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직접 국내 시장에 ‘암드 히어로즈’ 등의 모바일 게임을 내놓아 인기몰이를 하며 안팎으로 공략을 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 N사 관계자는 “국내 게임시장은 중국의 개발업체 빼가기와 직접적 국내 게임 시장 진출 등으로 안팎 협공을 당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조속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한국 게임시장이 급속도로 쇠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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