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 학생들이 학교에 정을 붙이도록 하는 일에는 교사와 함께 교육복지사, 전문상담사 등 복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학습부진의 원인이 가정환경이나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고, 이를 해결하려면 공부만 가르쳐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육과 복지가 어우러진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고,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을 위한 지역사회의 지원도 요구된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의 삼정중학교를 졸업한 다문화 가정의 A(16)군은 항상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녔다. 게임중독에다 낮은 자존감으로 돌봄이 필요했지만 담임교사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권위적인 아버지는 상담을 위해 통화를 해도 거의 받지 않았다. A군의 상황을 학교에 알려준 것은 삼정중에 배치된 복지사였다. 복지사는 A군이 다니는 지역복지관에서 A군의 가정형편과 그 날 있었던 일을 세세히 듣고 와 담임교사와 상담교사에게 알려주었다. A군이 집안 일로 힘든 눈치거나 수업시간을 견디지 못할 때면 상담교사가 A군을 불러내 체험활동을 했다. 점차 마음을 열게 된 A군은 졸업할 때 모자를 벗고 사진을 찍었다.
이처럼 학교 내 사회복지사, 상담전문교사 등 전문인력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교사가 홀로 감당하기는 아무래도 벅찬 면이 있다. 교사들은 “공부를 제일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 일을 제일 못하는 복지사 한 명이 더 낫다”고까지 말한다. 박진교 삼정중 교사는 “기본적으로 먹고 자는 것이 해결돼야 공부도 하는데 교사는 이런 점에는 배운 바가 없는 반면 복지사들은 교사의 눈에 띄지 않는 아이들을 눈여겨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은 “학습부진의 원인은 다양한데 학교에서 다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전문상담사나 복지사가 학교 안에서 함께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의 돌봄을 받지 못해 학교를 그만둔 서울 노원구 B(18)군은 지역아동센터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갔다. B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버지가 수술을 받으면서 지역아동센터에 맡겨졌다. 아버지가 회복할 때까지 지역아동센터 교사의 집에서 지냈고, 이후 초ㆍ중ㆍ고 시절 내내 방과 후 시간을 지역아동센터에서 보냈다. 하지만 아버지는 B군이 학교에 가든 안 가든 상관하지 않았고 아침에 깨워 줄 사람이 없어 B군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를 안 가기 시작했다. 다시 지역아동센터 교사가 아침마다 B군을 깨워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어렵게 중학교를 졸업했다. 끝내 B군이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사회의 주변인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을 때, 지역아동센터는 병원 치료를 받게 하고 상담사와 연결시켜 마음을 다잡게 만들었다. B군은 결국 4월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얻었다. 부모와 학교가 손 쓰지 않는 사이 지역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셈이다.
노원구에서 20년째 위기청소년 지원사업을 펼쳐 온 김지선 나우학교(위탁형 대안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를 중단했다고 해서 버려져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발 딛고 있는 지역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시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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