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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에 직원 제재권 넘기는 게 창조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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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에 직원 제재권 넘기는 게 창조금융?

입력
2014.08.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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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과정 적법 절차 따랐다면 부실 발생해도 원칙적 면책

과실 후 5년 지나면 처벌 제외도 "금융권 건전성 해칠 수도" 지적

금융당국이 금융사 직원에 대한 제재를 원칙적으로 소속 회사에 맡기고 대출 부실은 적법 절차를 따랐다면 면책해주기로 했다. 사안마다 말단 직원까지 제재하는 당국의 저인망식 감독관행 탓에 보신주의가 팽배,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 등에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금융권 보신주의 타파 주문에 떠밀려 자칫 금융권 내부통제나 건전성을 해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부실 발생해도 원칙적 면책

금융당국의 개인제재권 폐지는 금융위원회가 26일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보고한 ‘창조금융 활성화 방안’에 포함됐다. 금융위는 기관을 주로 제재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개인제재가 과도하다 보니 부실화에 따른 처벌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 대출 등을 꺼린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기관 제재는 89건인데 비해 임원은 295건, 직원은 1,285건의 제재를 받았고, 임직원 개인제재의 87%가 경징계였다.

금융위는 금융질서 및 소비자 권익이 심각히 저해된 중징계 사안만 빼고 직원 잘못은 금융사 내부징계에 위임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은 안건부터 모든 금융사를 상대로 시행될 것”이라며 즉시 시행방침을 밝혔다. 현행 규정에도 이미 금융기관장에게 직원 재제를 맡기고 석 달 내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조치의뢰’ 조항이 있는 만큼 규정 개정 없이도 시행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임원 제재권은 금융당국이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나아가 대출 과정에서 법규를 준수했거나 고의·중과실이 아니라면 부실이 발생해도 면책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5년이 지난 금융사 임직원의 잘못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재시효제’도 규정 개정을 거쳐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신규 영업 및 상품에 대한 법규 위반 여부를 사전 심사해 사후 제재 가능성을 차단하는 비조치의견서(no action letter) 제도도 활성화된다. 또 기술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은행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활용한 중소기업 대출 판매를 1년간 금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금융사 내부통제부터 강화해야”

은행권은 금융위 방침을 반기고 있다. 금감원의 검사ㆍ제재 부담을 대폭 덜어낸 데다가 업무 과정에서 빈발하기 마련인 부실 대출이 원칙적으로 면책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임원은 “적법 대출도 사후적으로 부실이 발생하면 감독당국이 직원 개인까지 책임을 물어 처벌했던 사례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정당한 대출 행위에 대한 면책은 책임 있는 금융의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도 크다. 먼저 제기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사에 직원 제재를 맡기면 온정적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당국은 금융기관의 직원 자율제재가 영미식 선진모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들 국가는 임직원 위법행위에 과징금, 업무정지, 해임 등 우리보다 중한 징계로 대처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기관제재에 초점을 맞추겠다면서도 “법무부 등과 논의가 필요하다”며 과징금 상향 등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국내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느슨한 상태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에 대한 정비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제재권 쟁탈전 상대인 금감원이 KB금융 임직원 120여명을 무더기 제재하려다 비난을 사고 있는 시점에 맞춰 ‘강수’를 뒀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문제를 들어 고수해오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전격 풀어버렸던 금융위가 또다시 청와대의 창조금융 활성화 요구에 밀려 건전성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며 “기술금융을 가로막는 금융보신주의를 혁파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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