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통일 독일 수도 베를린 시정을 이끈 클라우스 보베라이트(60) 현 시장이 임기 2년여를 앞두고 사임했다.
독일 언론은 26일 보베라이트 시장이 소속된 사회민주당(SPD)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베라이트 시장이 ‘12월 11일 자신의 자리를 다른 이에게 내주겠다’는 말과 함께 전격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가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롤러코스터 같은 정치 역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2001년 6월 40대 후반의 나이로 처음 베를린 시장에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중앙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나는 동성애자다. 무슨 문제냐"라고 밝히는 당당함으로, 이후 세련된 매너와 폭넓은 네트워크로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2004년 베를린을 "가난하지만 섹시하다"라고 평가하면서 관광도시로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는 성과 등으로 이후 두 차례 연속 시장 자리를 꿰찼다. 한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항마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역정은 야심차게 추진한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 건설 사업이 실패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2012년 개장을 목표로 했던 이 사업은 설계가 수 차례 변경되면서 현재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비리 문제까지 터지면서 지지율은 급락했다. 독일 언론은 “2016년 가을로 예정된 차기 선거 전망이 어두워져 사임을 발표했다”는 분석과 함께 “적절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남긴 일 중에는 뒷처리가 필요한 것이 많다”는 혹평도 잊지 않았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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