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ㆍ중국ㆍ몽골ㆍ우즈벡ㆍ터키, 5개국 전통 음악 한마당
내달 14일 성남아트센터, 16일 경주예술의전당 공연
8세기 신라의 승려 혜초는 불교의 진리를 궁구하려 인도 행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 혜초의 길을 21세기 후예 음악인들이 밟는다. 한국,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터키 등 실크로드 5개국의 전통 음악이 새 어법을 모색한다. 9월 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9월 16일 경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실크로드 소리길 음악회’가 그것이다.
지난해 터키에서 열린 ‘이스탄불ㆍ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터키가 경주에 문화예술인 300여명을 보내고 120여억원을 지원해 이스탄불시가 주최하고 경주시와 경상북도가 후원하는 음악회다.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 등 현대적 대편성 국악 관현악을 대중화하는데 앞장 선 박범훈씨의 총지휘자로 나선다.
음악회에서는 5개국의 민속 음악을 만날 수 있다. 먼저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터키 민요 ‘우스크다라’는 터키 민속악기 바을라마의 달인인 지한 쿠르타란의 노래와 국악관현악단의 합주로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작곡가 박천지씨가 우즈베키스탄을 대표하는 민요 ‘안디잔차’를 주제로 지은 ‘기류(氣流)’는 우즈베키스탄 악기 깃젝크의 달인 파르호드존 가파로브가 연주한다. 험준한 산악 지대에 흩어져 있는 민속 음악의 다양한 리듬과 화려한 선율이 어우러진다.
해금을 닮은 중국 전통 악기 얼후(二胡)가 빠질 수 없다. 1991년 한중일 민족음악회에서 선보인 얼후 협주곡 ‘향(香)’을 중국의 여성 주자 양웬나가 연주한다. 2009년 일본에서 열린 박범훈 음악회에서 이 곡을 선보였던 그녀는 지금 중국가무극민족악단 얼후 수석으로 절정의 연주력을 과시하고 있다.
황호준씨가 쓴 마두금 협주곡 ‘초원 풍경’은 몽골의 전통 창법인 후미가 마두금 연주자 테무진 푸레브쿠의 노래로 펼쳐진다. 말 달리는 듯한 느낌의 몽골 리듬(4분의 4박자)과 한국의 굿거리장단 및 중앙아시아의 전통 선율로 몽골 특유의 음계 진행에 기초한 테마 선율을 만들었다. 8월초 곡을 쓴 황씨는 “중원을 지배한 몽골의 생명력을 표현한 음악”이라며 “실크로드 음악의 보편성을 지향하는 프로젝트의 서막을 여는 작품인 만큼 밝고 힘찬 분위기가 난다”고 말했다. 몽골 연주자가 영어로 적은 한국어 발음을 보며 특유의 창법으로 노래하는 대목이 이채로울 것으로 기대된다. 2현인 몽골의 전통 악기 마두금은 현과 활이 말총으로 만들어져 독특한 음을 낸다. 황씨는 “이 프로젝트는 참여 음악인들의 지속적 네트워킹이 필수적”이라며 “실크로드 음악과 한국 전통 관현악의 앙상블은 그 실험의 단초”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작으로는 2007년 국가 브랜드 작품으로 선정된 박범훈 작곡의 장구 협주곡 ‘신명’이 연주된다. 김덕수(장구), 전영랑(소리) 등이 나서 ‘신명’을 들려준다.
이번 행사에는 ‘이스탄불 in 경주2014’, ‘2015 경주 실크로드 문화대축전’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도 깃들어 있다. (02)3473-8126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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