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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금융위기 후 6년 만에 최저… 對日 수출 중소기업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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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금융위기 후 6년 만에 최저… 對日 수출 중소기업 시름

입력
2014.08.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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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00엔=978.9원 마감

수도권의 수산물 가공업체 A사는 연간 200만달러 이상을 일본에 수출했지만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들어서며 상황이 급변했다. 일본 경기부양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불러온 ‘엔저 현상’으로 대일 수출품 가격이 비싸지자 신규 주문이 급격히 줄었고, 일본 바이어들은 가격 인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는 사실상 일본을 포기하고 다른 아시아 시장을 뚫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끝임 없이 떨어지고 있는 원ㆍ엔 환율이 26일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대일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했지만, 원ㆍ엔 환율은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산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원ㆍ엔 환율은 전날 979.36원보다 0.44원 더 떨어진 100엔당 978.92원으로 마감됐다. 오전 한때 100엔당 환율이 977.82원까지 내려가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1년 말까지 1,500원 전후로 유지되던 원ㆍ엔 환율은 지난해 말 1,000원 선으로 내려앉은 데 이어 올 8월 들어 990원, 980원 선이 연이어 무너지는 등 엔저가 가속되고 있다.

최근 원ㆍ엔 환율 하락은 달러화 강세에 대한 원화와 엔화의 움직임이 엇갈리는 것이 원인이다. 재닛 옐런 미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회의’ 발언으로 달러가 강세를 띠고 엔화는 약세를 보이지만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가 덜해 엔저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계열 한 의류업체의 경우 올해 수입소재 비중을 지난해 대비 30, 40% 늘리는 등 엔저가 일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이 주력 시장인 수출 기업들은 심각한 실적악화에 고통 받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우리와 일본의 산업구조가 비슷한 데다 전체 중소기업의 15% 정도만 환위험 관리를 하고 있어 엔저의 충격을 고스란히 입고 있는 형편.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철강 금속 기계 등의 분야에서 수출 위축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환리스크 관리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 4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엔저 영향 설문조사에서는 대일 수출기업 216개사 중 200개사(92.6%)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일본을 제외한 제3국 수출기업 448개사 중에서는 70개사(15.6%)만이 엔저 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378개사(84.4%)는 ‘별 다른 영향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저가 지속되면 수출 산업 전반에 심각한 충격이 있을 것이라 우려한다. 그간 내수시장과 채산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온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수출 가격을 인하하며 달려들면, 일본뿐 아니라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기업들이 생산시설 확충 등 투자 확대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원화는 워낙 등락폭이 심해 장기 전망은 어렵지만 당분간 엔화는 절하 기조가 유지되고, 원화는 절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며 “소비가 주도한 경기부양 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한 일본 기업들이 투자와 수출에 나서고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게 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hkim@hk.co.kr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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