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분석 결과 7명 탑승 확인, 피해자 가족들 "이번 사고는 인재"
부산·경남서만 8명 사망·6명 실종, 군인·경찰 등 동원 복구 작업 진행
지난 2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덕곡천 급류에 휩쓸린 시내버스에는 모두 7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김모(19)양의 시신이 사고 지점에서 3㎞ 이상 떨어진 바다에서 발견됐다. 김양과, 전날 버스에서 발견된 안모(19)양을 제외한 나머지 5명 실종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경남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이 버스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해 1차 분석작업을 벌인 결과 운전기사 정모(52)씨를 비롯해 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1차 복원된 1분 가량의 영상이 희미해 일단 탑승자 수만 확인하고, 사고 원인과 관련된 영상에 대해서는 계속 복원작업을 벌여 버스 노선 이탈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사고 이후 밤새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모두 6명이었다. 실종자로 신고된 사람은 운전기사 정씨와 이모(61·여)씨, 박모(40)·이모(33·여)씨 부부, 김모(19)양, 베트남 국적의 허모(29)씨다. 그러나 블랙박스 영상에는 허씨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50대 여성이 탄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허씨에 대한 실종 신고는 착오이고, 50대 여성에 대한 실종 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과 해경, 소방, 창원시 등으로 구성된 합동대책반은 26일 오후 6시 32분 진동만 송도와 수우도 사이 해역의 한 양식장 인근에서 사고버스에서 실종된 김양의 시신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부경대 1학년인 김양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사고지점에서 3~4㎞나 떨어진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정보시스템(BIS)에 기록된 사고 버스의 당일 행적을 추적한 결과 25일 오후 2시 5분쯤 정기노선을 이탈한 뒤 오후 2시 53분께 통신이 두절된 것으로 위성위치시스템(GPS) 기록상 나타났다”며 “마을 주민과 사고버스 회사 등을 대상으로 기록 단절 이후 동선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어처구니없는 사고 소식에 피해자 가족들은 애끊는 심정을 토로했다. 외손자를 보기 위해 버스에 탔다 실종된 이씨의 남편은 이날 창원해경을 찾아 “시신이라도 빨리 수습해 달라”고 절규했다. 안양의 유족들은 이날 “이번 사고는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며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장례식을 연기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26일 더 늘어났다. 26일 오전 9시쯤 경남 진주시 진성면 천곡리 반성천에서 김모(6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전날 오후 김씨가 논을 확인하러 나섰다가 불어난 하천 물에 휩쓸려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이날 오후 6시 50분쯤 부산 동래구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는 전날 오후 전기를 차단하러 지하로 내려갔다가 실종됐던 건물관리자 조모(40)씨가 숨진 채 발견됐는가 하면, 25일 오후 2시 40분쯤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서광아파트 앞 배수로에서 50대 남성이 배수로의 빠른 물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 행방불명됐다. 이번 폭우로 부산과 경남에서만 8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날 폭우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부산에서는 종일 피해 복구 작업이 진행됐다. 특히 68가구 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기장군의 경우, 피해가 가장 심한 길천마을을 중심으로 군인과 경찰 공무원 등 수백명이 동원돼 주민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장안읍에서 이발관을 운영하는 이성갑(74)씨는 “34년째 한 곳에서 이발관을 해왔지만 이런 난리는 처음이다. 원인을 찾아 결코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기장군을 찾아 “기장군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도 이재민들과 만나 “피해조사를 신속하게 해 현황을 제출하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손해보험협회는 26일 오전 9시까지 부산 경남에서 약 1,600대 차량의 침수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들 차량의 침수 피해액은 125억원 가량으로 산출됐다. 협회는 보험회사별 피해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전체 피해규모는 3,000~4,000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창원=이동렬기자dylee@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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