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특수강에 뛰어들자 업계 1위 세아, 포스코와 연합
현대제철 "동부특수강 인수" 맞불
국내 철강업계에 ‘특수강’ 쟁탈전이 뜨겁다. 중견 철강기업 세아그룹이 특수강 업계 1위인 계열사 세아베스틸을 앞세워 국내 철강업계 1위 포스코의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철강업계 2위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사들이겠다며 맞서고 있다.
특수강은 일반 탄소강에 니켈, 크롬, 몰리브덴 등을 넣어 차량 선박용 부품, 건설 기기 등에 사용되고 주방용 칼, 터빈 날개, 제트 엔진, 공작기계 등 특별한 용도에 맞게 만든 철강으로 스테인리스가 대표적 특수강이다.
특수강 공정은 쇳물을 봉강과 선재(線材)로 만드는 1차 공정과 봉강과 선재를 가공하는 2차 공정으로 나뉜다. 선재를 만드는 포스코특수강과 봉형을 만드는 세아베스틸이 1차 공정 업체고, 동부특수강과 세아특수강이 2차 공정업체다. 일반 탄소강 시장(약 40조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틈새 시장’ 으로, 세아그룹이 국내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며 1위를 지켜왔다.
주로 중견,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특수강 시장이 소용돌이에 빠져든 것은 현대제철이 뛰어들면서부터다. 현대제철은 2016년 가동을 목표로 충남 당진제철소 내에 특수강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에서 자동차용 봉강(棒鋼) 60만톤, 선재 40만톤 등 연간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 소재를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제출은 단숨에 업계 2위에 오른다.
세아는 현대제철 진출에 대비하기 위해 포스코와 연합하기로 했다. 포스코와 세아그룹은 이달 14일 포스코특수강과 세아베스틸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백재승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핵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정리에 적극 나서고 있는 포스코가 포스코특수강 매각으로 9,000억~1조원의 자금을 확보하면서도 안정적인 쇳물 수요처를 유지하게 됐다”며 “세아그룹은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특수강 기업을 만들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만성적 공급과잉으로 고전 중인 중소철강업체들은 내심 포스코-세아 연합군을 지지하는 분위기이다. 중견 철강회사 관계자는 “생산업체가 줄어드는 만큼 합리적으로 생산량 조절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제철이 특수강 업계에 진입하면, 현재 현대차 협력업체에 납품하던 중소 철강업체의 일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업계 1위 세아그룹이 확실히 우위를 차지하는 게 중소업체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의 제휴에 맞서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백재승 연구원은 “현대제철이 속한 현대차그룹이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수직계열화를 그룹 목표로 설정한 이상 특수강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며 “3기 고로(용광로) 완공으로 투자 여력도 생겼기 때문에 세아-포스코 연합을 견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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