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씰 800여개 일괄 20만원에 팔아요.” “고라파덕 미개봉 씰 1장 만원에 구합니다.”
요즘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글입니다. ‘샤니 포켓몬스터 빵’에 들어있던 ‘띠부띠부씰’을 사고 판다는 내용인데요. 띠부띠부씰이란 ‘띠고 붙이고 띠고 붙이는 씰(스티커)’의 약자입니다.
아마 1999년~2000년대 초반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빵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포켓몬 빵은 1999년 TV 애니메이션의 방영 시기에 맞춰 첫 출시됐는데, 이전까지 김국진씨나 박찬호 선수를 캐릭터화한 띠부씰 빵으로 ‘중박’을 냈던 샤니는 이 제품을 통해 하루 100만개를 판매할 만큼 그야말로 ‘초대박’을 쳤죠. 당시 초등학생 사이에선 빵 속에 들어있는 포켓몬 띠부씰의 수집이 광풍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씰을 모으기 위해 매일같이 빵을 사먹었고, 누가 더 많은 씰을 가지고 있느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죠. 포장을 뜯기 전에는 600여종 가운데 어떤 게 들어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진열된 빵을 뭉개면서 씰을 들여다 보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고, 씰만 갖고 빵은 버리는 경우도 많아 ‘어린이들에게 낭비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띠부씰 열풍이 10여년이 지난 최근 다시 불고 있습니다. 바로 삼립식품이 7월 처음 선보인 ‘샤니 카카오프렌즈 빵’ 때문인데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의 씰 40종이 들어있는 이 빵은 소비자들에게 수집욕을 불러 일으키면서 일 평균 10만개가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포켓몬, 케로로, 원피스 등은 아이들만 좋아했던 것과 달리 카카오 씰은 20, 30대 성인들이 더 열광하고 있다 하네요.
이처럼 웃돈을 주며 포켓몬 씰을 구매하고 카카오 씰에 빠지는 건 ‘키덜트 문화’와 무관치 않습니다. 어릴 적 열광했던 포켓몬, 원피스 씰을 구매력이 생긴 지금 사 모으면서 추억을 간직하는 겁니다. 여기에 특정 씰은 생산을 줄여 ‘희귀템(희귀 아이템)’으로 만들고, 3개월마다 신규 씰을 내놓는 업체 전략도 수집 열풍을 부추기고 있죠.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에는 ‘국진이빵’‘핑클빵’ 등 인기 연예인을 앞세운 빵이 유행이었다면,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는 짱구, 유희왕 등 캐릭터 전쟁이었다”며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온라인 캐릭터가 제과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과도한 상술이니 낭비 조장과 같은 지적도 여전히 있지만, ‘빵 속 스티커’를 매개로 세대를 초월해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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