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소속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경기대 이사 7명 중 교육부가 선임한 임시이사 1명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의 추천권을 옛 재단에 주기로 결정했다. 옛 재단 이사가 한 명 늘어나면 과반으로 이사회를 장악해 옛 재단이 학교에 들어오는 게 가능해진다. 경기대 재단은 2004년 교비 49억 원을 횡령하고 교수 채용 대가로 뇌물을 받아 퇴출된 바 있다.
사분위는 정이사 1명의 추천권을 옛 재단에 주지만 교육부와 사전 협의하도록 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옛 재단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사를 복귀시키지 못하도록 견제장치를 둔 것이기는 하나 비리 재단의 복귀와 전횡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분위가 여전히 옛 재단을 편들고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학 비리로 퇴출된 김문기씨가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 논란이 빚어진 것도 사분위가 2010년 김씨 측에 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부여한 게 발단이었다. 결국 김씨 측이 장악한 이사회가 거리낌 없이 김씨를 총장으로 선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사례가 빈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옛 재단에 정이사 과반 추천권을 보장한 사분위의‘정상화 심의 원칙’이다. 사분위는 재단의 설립 목적과 인적 연속성 등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다. 사학법에는 그저 ‘이해 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식의 표현밖에 없다. 사분위가 이를 과잉 해석해 옛 재단 복귀의 길을 열어주는 명분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사분위는 지난해 7월 ‘비리 등을 범한 옛 재단의 정이사 추천권을 전부 또는 일부 제한’한다고 원칙을 수정했으나 이번 상지대 사태에서 보듯 제대로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
사분위의 이런 반교육적 행태로 2010년 이후 조선대 영남대 세종대 동덕여대 대구대 등 10여 곳에서 옛 재단이 복귀했으며 이들 대학 상당수에서 사학분규가 재발됐다.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소송에 휩싸이고 교육 여건이 나빠져 정부지원 제한을 받는 등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사분위가 분쟁 조정이 아닌 분쟁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사분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정상화 심의 원칙을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사학법 위헌 소송에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비리로 물러난 옛 재단에 정이사 선임권을 부여하는 것은 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수수방관하지 말고 사분위 활동이 한계를 벗어날 경우 사분위 결정에 재심을 청구하도록 한 사학법 규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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