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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 리얼리티 예능 시대, 출연 필수 옵션된 사생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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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 리얼리티 예능 시대, 출연 필수 옵션된 사생활 공개

입력
2014.08.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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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공개 거부하면 TV에 얼굴도 못 내밀게 생겼어요.”

어느 개그맨의 하소연이다. 그는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이 아니다. 그렇지만 TV 화면에 꾸준히 얼굴을 내밀며 시청자를 웃겨 왔다. 그런데 요즘 일거리가 없단다. 방송사의 사생활 공개 요구를 거부하기 때문이란다.

지상파 방송은 요즘 토크쇼, 예능ㆍ다큐 프로그램 등에서 출연자의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배우자와 아이가 있는 연예인이 섭외 1순위다. 시청률 10% 이상의 인기 프로그램인 MBC ‘일밤’과 KBS ‘해피선데이’에서는 출연자의 집과 일터, 아이들의 유치원과 학교가 매회 등장한다. 스타들의 야식 비법을 전하던 ‘야간매점’ 코너를 최근 없앤 KBS 2TV ‘해피투게더’도 출연자의 일상을 따로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집 공개는 필수고 가족 얼굴의 공개는 옵션이다.

종편은 더 심하다. 채널A ‘웰컴 투 시월드’나 JTBC ‘고부스캔들’ 등은 여자 연예인의 시댁과 친정 식구까지 공개한다. 채널A ‘내조의 여왕’에는 연예인 아내들이 출연해 시시콜콜한 부부 사생활을 드러내고 JTBC ‘님과 함께’는 가상 재혼 부부라는 설정 아래 출연자의 가족과 집, 과거사 등을 내보낸다. 종편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작가는 “가족 신상 공개 등에 적극적인 연예인이 우선 섭외 대상”이라며 “부모와 불화가 있거나 이혼 위기를 겪는 등의 사연이 있으면 더 좋다”고 말했다. 자극적이어야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에 나왔던 한 연예인은 가족이 인터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다음 회 출연이 돌연 취소됐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인들이 방송 출연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생활 공개 조건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어디에 사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여과 없이 전파를 타면서 인터넷에는 그들이 사는 집의 주소와 크기, 평면도, 시세 등이 나돈다. 심지어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학원 정보까지 흘러 다닌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인권까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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