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방한 의미 간담회서
가난한 교회ㆍ행동하는 성직자 등 변화 의지 질문에 소극적 답변 일관
"세월호 갈등, 에너지 낭비 그만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중 교회의 자성과 각성을 촉구했지만 염수정 추기경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러 번 질문이 나왔지만 “앞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들”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26일 교황 방한의 의미를 되짚는 기자간담회에서다.
언론의 관심은 ‘교황 방한 이후 한국 천주교’에 집중됐다. “교황이 방한 중 일종의 사목 지침을 밝혔는데 무엇을 실천할 계획이냐” “교회의 변화를 자극한 교황의 메시지 중 가장 새길 만한 것이 무엇이었느냐” “한국 천주교의 시급한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앞서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찾아 주교들을 앞에 두고 “어떤 교회와 공동체들은 그 자체가 중산층이 됐다”며 “악마가 부유한 이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 잘 나가는 이들의 교회로 만들도록 허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거리로 나가 행동하는 교회와 성직자’도 교황이 강조한 얘기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염 추기경의 답은 소극적이었다.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있을 것” “이제 각자 우리가 얘기를 해 나가야 할 것들”이라는 말로 답변을 갈음했다. 그나마 구체적으로 밝힌 건 남북 화해를 위해 천주교가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였다. 염 추기경은 “가톨릭의 여러 채널을 통해서라도 협력해야 한다”며 “특히 인도적 차원의 노력은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어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이 이뤄지는 곳이니 아주 중요하다”면서 “이런 것들이 확장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교황 방한에 앞서 한국 천주교는 북한 천주교 신자들을 초청했으나 북한이 거부해 무산됐다.
염 추기경이 가장 인상 깊었던 교황의 메시지로 든 것도 남북화해와 관련한 연설이었다. 교황은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자들 앞에서 “남북은 한 언어를 쓰는 가족이라는 데 희망이 있다”며 “한반도에도 언젠가 평화가 찾아와 두 형제자매는 하나로 뭉칠 것”이라고 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께서 얘기를 하는데 어찌나 제 가슴을 때리는지,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방한 중 교황이 보인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선 “마음 깊이 기도하며 상대를 대하는 듯했다”고 표현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이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아 장애 아동, 청소년과 만난 때를 떠올리며 “예정된 다음 일정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장애아들을 일일이 안아주는 모습에서 인격 대 인격으로 진실되게 상대를 만나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교황이 방한 내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위로의 마음을 전한 세월호 참사 해법과 관련해서는 “(책임자) 누구 하나를 희생 시켜 동네 북으로 만들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세월호 참사는 결국 우리 안의 비리, 남보다 잘 살려는 경쟁심, 돈만을 최고로 여기는 풍조가 만든 총체적 결과”라며 “우리 자신, 우리 사회가 새롭게 되지 않고선 (극복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을 의식한 듯 염 추기경은 “자꾸만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파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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