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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분노하면서도 엄숙했던 브라운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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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분노하면서도 엄숙했던 브라운 장례

입력
2014.08.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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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관에 피살 브라운 장례식 엄수, 흑인 인권 운동가 등 4500명 참가

대규모 시위 우려와 달리 조용히 끝나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마이클 브라운의 아버지가 25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아들의 시신이 담긴 관을 닦아내고 있다. 이날 장례식에는 4,500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세인트루이스=AP 연합뉴스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마이클 브라운의 아버지가 25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아들의 시신이 담긴 관을 닦아내고 있다. 이날 장례식에는 4,500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세인트루이스=AP 연합뉴스

무저항 상태에서 백인 경관의 총격에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의 장례식이 25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 한 침례교회에서 엄수됐다. 조문객 4,500여명의 대다수가 흑인들로 ‘검은 물결’을 이룬 이날 장례식에서 이들은 대규모 폭동이 우려된다는 일부 예상과 달리 조용하고 엄숙하게 행사를 치렀다.

외신에 따르면 브라운의 어머니 레슬리 맥스패든은 브라운을 위해 쓴 편지를 읽으며 “네가 막 태어났을 신의 축복으로 생각했다”며 “내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마이클 브라운 시니어도 아들을 위한 편지를 읽으며 “지켜주겠다고 한 너를 잃어 마음이 찢어진다”며 “영원히 너를 가슴 속에서 기억하겠다”고 슬퍼했다.

브라운 가족들이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라고 호소한 대로 장례식은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장례에 참가한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는 연설에서 이날은 “우리의 분노를 표출하는 날이 아니라 브라운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이라며 “마이클 브라운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퍼거슨 시에서는 지난 9일 브라운이 숨진 후 진상 규명과 흑백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약 2주간 이어졌다. 이들 일부는 상점을 약탈하고 건물에 방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숙연한 분위기 속에는 여전히 흑인 차별에 대한 분노가 배어 있었다. 샤프턴 목사는 “브라운은 숨진 후에도 거리에 4시간 동안 방치돼 있었다”며 “처음 그를 봤을 때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로 취급되고 무시 받고 있는 지 깨달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샤프턴 목사는 “우리는 브라운의 죽음을 단순한 소동으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며 “경찰을 존중하지만 흑인들에 과잉 대응하는 경찰은 바뀌어야 하며 우리는 정의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의 삼촌 찰스 어윙 목사는 “마이클의 피가 땅 속에서 처벌과 정의를 위해 울부짖고 있다’며 “이는 트레이번 마틴과 총기난사로 숨진 이들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2012년 플로리다주에서 히스패닉계 백인 자경단원 조지 짐머만의 총격으로 숨진 마틴(당시 17세)의 부모도 참석했다. 트레이번의 아버지 트레이시 마틴은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져야 아이들의 죽음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마틴은 비무장 상태에서 총격을 받았지만 상대에게 위협을 느낄 때 총기 사용을 허가하는 ‘정당방위법’에 따라 짐머만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정당방위법은 흑인에 대한 과잉 대응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예배당은 브라운의 유가족과 친척 흑인 인권 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 마틴 루터 킹 3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 흑인 공동체로 가득 찼다. 장례준비위원회는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한 조문객들을 위해 교회 강당에 대형 TV를 마련했다. 38도를 기록한 무더운 날씨 속에 열사병 환자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응급 요원들이 인근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USA투데이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0~24일 미국 성인 남녀 1,501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종을 동등하게 대우하느냐는 질문에 65%가 “그렇지 않다”거나 “약간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흑인들은 90%가 이 질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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