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인디영화 국내 20만 동원 히트, 비영어권 최초 한국 무대에 올라
화려한 군무ㆍ웅장한 사운드 없지만 배우들이 직접 연주해 색다른 감동
“뮤지컬 ‘원스’를 위해 기타레슨을 받고 있다.”
신인 배우의 말이 아니다. 20년 넘게 록밴드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해 온 윤도현의 발언이다. 뮤지컬 ‘원스’의 가이 역으로 캐스팅 된 그는 “나름 기타를 많이 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첫 연습을 해보니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며 “열심히 배우고 있고 향후 내 음악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저예산 인디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원스’가 비영어권 최초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원작이 저예산 영화로는 드물게 한국에서 20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공고한 마니아층을 거느린 데다 뮤지컬 역시 2012년 제66회 토니상에서 8개 부문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까닭에 이미 오래 전부터 팬들의 기대를 받아온 작품이다. 25일 서울 신사동 BBC아트센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주연배우 윤도현, 이창희(가이 역), 전미도, 박지연(이상 걸 역)을 비롯해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김태훈 연출 등이 참석해 뮤지컬 ‘원스’의 준비 과정을 들려줬다.
‘원스’의 가장 큰 특징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기본 형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화려한 군무와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뮤지컬과 달리 ‘원스’는 배우 14명이 무대에서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다. 악기연주능력이 기본인 만큼 캐스팅을 담당한 제작진, 악기를 연습해야 하는 배우 모두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제작진은 지난해 12월부터 오디션을 진행하며 배우들의 악기연주능력을 점검했다. 록스타도 예외는 아니었다. 윤도현은 “태어나서 처음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질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윤도현과 함께 가이 역에 더블캐스팅 된 이창희 역시 “오디션 기간이 너무 혹독하고 지옥 같았다”며 오디션 과정에서 느꼈던 심적 부담을 털어놨다.
전미도와 박지연도 관객 앞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이 처음이다. 박지연은 “연습 과정에서 많이 혼났다”면서도 “길거리에서 ‘폴링 슬롤리’(영화 ‘원스’ 주제곡)를 들을 때 마다 ‘내가 저 노래를 무대에서 부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해왔는데 실제로 무대에서 연주를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원스’는 거리를 자유롭게 떠도는 기타리스트와 꽃을 파는 체코 이민자 출신 소녀 사이의 운명 같은 만남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폴링 슬롤리’ ‘이프 유 원트 미’ 등 영화에 등장한 모든 음악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김태훈 연출은 “영화와 다른 점은 무대에서 배우가 직접 실연(實演)을 한다는 점”이라며 “신나고 즐겁고 가슴 아픈 감정을 관객과 함께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12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초연하는 뮤지컬 ‘원스’는 다음해 3월 29일까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