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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의 길 위의 이야기] 스토커

입력
2014.08.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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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무슨 서비스에 몇 프로 세일 등을 적은 문구와 함께 링크가 걸려 있었다. 이런 문자는 보통 쓱 보고 지워버린다. 테마파크나 골프장, 패밀리레스토랑 할인티켓을 줘봐야 쓸 일도 없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리스트에 포함된 가게들이 간혹 내가 들르거나 지나치는 곳이었다. 마침 지나던 길가에도 그 목록에 낀 커피숍이 있기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딱히 마실 생각이 없었는데도 한 잔 주문하고 바로 500원 할인. 흐뭇해하며 앉은 김에 지갑을 정리했다. 쿠폰카드들이 잔뜩 쏟아졌다. 열 번 이용하면 한 번 무료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도장은 기껏해야 두세 개 찍혀있으니 써볼 일이 요원한 것들. 다 쓸어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즉시 할인되는 쿠폰을 휴대전화로 잔뜩 받았는데 꼬박꼬박 뭐 하러 모은담. 나는 반 넘게 커피를 남기고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지갑은 가벼웠고, 4500원을 쓸모없이 쓰고서도 500원을 아껴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 문자를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내게 유용한 쿠폰들만 어쩜 이렇게 알짜배기로 모아 놓았을까 신기했기 때문인데, 오호라, 그간의 카드이용내역을 분석하여 동선과 취향을 파악한 맞춤서비스라나 뭐라나. 카드결제를 반복하는 동안 내 정보가 줄줄 새고 있다는 걸 몰랐던 건 아니지만, ‘관리’당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니 뒷목이 뻐근해 왔다. 보이지 않는 스토커가 내 뒤를 바싹 좇고 있는 기분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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