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ㆍ파이넥스 공장서 생기는 서로 다른 2가지 부생가스
동시 활용하는 세계 첫 복합발전소
연간 570억 연료 수입 대체 효과
"폐기물을 아끼는 차원 넘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워 나갈 것"
에너지 절감은 요즘 기업들에게 최대 화두이다. 과거에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생산에 드는 에너지를 줄이거나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에너지 절감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철 공장에서 나오는 가스를 활용해 전력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대용량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첨단 정보통신(ICT)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 기업들은 새로 떠오르는 에너지 절감 관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공장 ‘4-1 매립지’의 부생가스복합발전소 내 조종실. 직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가스와 그 가스로 생산한 전력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 포스코에너지가 지난달 준공한 이 곳은 앞서 1월 가동을 시작한 파이넥스 3공장에서 나오는 부생가스(FOG)와 제철소 고로(용광로)에서 생기는 부생가스(BFG)에 코크스로가스(COG), 질소가스를 혼합하고 이를 연료로 전기를 만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제철공장에서 생기는 부생가스로 발전소를 운영하는 철강회사는 많지만 고로가스와 파이넥스가스 등 두 가지 서로 다른 부생가스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 복합발전소는 이 곳이 세계 최초. 포스코는 기존 파이넥스 1,2공장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로 복합부생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이넥스 3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여기서 나오는 부생가스와 기존 고로 부생가스를 함께 활용해 보자는 뜻에서 포스코에너지가 새 복합발전소를 짓게 된 것. 이상석 포항발전부 상무보는 “기존 포항공장 복합발전소와 광양공장 복합발전소는 각각 FOG와 BFG만 원료로 사용한다”며 “FOG는 기준 열량이 BFG보다 2배 정도 높아 발전소 출력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때문에 FOG를 넣지 않는 기존 복합발전소보다 시간당 약 6,000㎾의 전기를 더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발전소가 ‘복합’ 발전소라 불리는 까닭은 1차로 부생가스를 태워 가스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터빈을 돌릴 때 생기는 고온의 열을 다시 모은 뒤 증기를 발생시켜 스팀 터빈을 가동해 또 한 번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홍순덕 과장은 “일반 발전소는 스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지만 복합발전소는 가스터빈을 돌려 또 한 번 전기를 만들어 내 효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제철 공정에서 생기는 부생가스는 일부를 슬라브 가열 등 제철 공정에 활용하고 남는 가스는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생가스 발전소 설치로 이런 가스를 연료로 삼아 전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포스코는 남는 가스를 공기 중에 배출할 때 들어가는 처리 비용을 아끼고 포스코에너지는 가스를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홍 과장은 “1년 동안 연료로 쓰는 에너지(부생가스)를 원유로 환산한 수입 대체 효과가 연간 약 570억원,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는 18만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는 한전으로 송출한다. 부생가스를 연료로 해 시간당 290㎿, 포항과 경주 총 가구 수 31만보다 많은 48만 가구가 연간 쓸 수 있는 규모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이 발전소의 열효율은 46%로 기존 20%대 일반 발전소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발전소로 운영하기 위해 질소저감장치를 통해 질소 배출량을 환경 기준치(30ppm)보다 훨씬 적은 10ppm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포스코가 파이넥스1,2공장의 부생가스를 활용해 공장 내 따로 운영 중인 복합발전소 가동 상황에 따라 이들 공장에서 나온 부생가스를 새로 가동 중인 복합발전소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전에는 가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날려보내야 했고 그 때문에 이를 처리하는 데 별도의 비용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적은 양의 가스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포스코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시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이 발전소는 1997년부터 철광석에서 쇳물을 빼내고 남은 돌 성분(업계에서는 쇠똥이라 부름)을 냉각수로 식혀서 확보한 슬래그를 그냥 버리지 않고 15년 넘게 바다에 매립해 만든 부지 위에 지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상무보는 “부생가스, 찌꺼기 하나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순히 아끼는 차원을 넘어 에너지 절감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적극 키워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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