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청렴 운동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고가의 월병(月餠)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와중에도 인터넷상에선 현금과 바꿀 수 있는 고가의 월병 상품권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6일 시중에선 고가의 월병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찾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실물 월병 대신 월병 상품권이 큰 인기다. 실제로 한 인터넷 상점에선 13개의 월병을 담은 월병 선물세트 상품권을 1,299위안(약 2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더구나 이런 월병 상품권은 얼마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 월병 상품권을 파는 쪽과 사는 쪽이 직접 만나 거래하는 만큼 기록이 남거나 추적당할 일도 없다. 일부 인터넷 상점은 이를 중개하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와함께 전자 상품권과 상품책도 유행이다. 식당이나 상점 등 지정된 곳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은 자금 추적 등을 피할 수 있고, 미리 값을 치른 상품 목록 사진을 소책자로 묶은 상품책도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택배까지 해 줘 은닉성을 제공한다.
이런 풍속도는 정부의 반부패 정책을 피해가기 위한 묘책이다. 추석을 앞두고 사정 당국에서 고가의 월병을 선물하는 행위 등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대대적 단속에 나서자 새로운 ‘대책’이 속출한 셈이다. 납작한 원통 모양으로 생긴 빵 안에 팥이나 콩 등 각종 소를 넣어 보름달 모양으로 구워낸 월병은 우리나라의 송편처럼 추석을 상징하는 중국의 전통 음식이다. 그 동안 중국에선 금이나 은으로 만든 월병을 현금과 함께 뇌물로 보내거나 공금으로 대량 구매한 월병을 선물로 보내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최근 홈페이지에 ‘공금을 이용한 월병 선물 제보’ 코너 등을 개설하고 감시와 고발을 당부하는 등 월병 단속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1만위안(약 165만원) 이상의 호화 월병 등이 백화점과 시장에서 사라지고 100위안(약 1만6,500원) 안팎의 ‘실속형’ 제품이 주를 이루는 등 겉으로는 월병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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