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밀양 후보지 백지화 이후 3년6개월 만에 사실상 재추진
부산 '24시간 운영 안전한 공항" 대구·경북 "1시간 내 접근 가능"

3년 전 백지화된 영남권 신공항 유치전쟁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정부가 영남지역 최대 규모인 김해공항이 2023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내놓은 것. 이에 국토교통부가 신공항의 입지 규모 경제성 등을 검증하기 위해 사전 타당성 조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부산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 간 입장 차가 워낙 커 시작부터 갈등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2015년~30년 김해공항의 항공수요가 연평균 4.7%씩 증가해 2030년에는 현재의 두 배인 2,16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연 수요가 1,678만명에 이르는 2023년부터는 활주로 혼잡이 시작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1년 경제성 미흡을 이유로 백지화 결론을 내린 사안을 3년 6개월 만에 뒤집으며, 사실상 신공항 건설 추진을 시사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 장래 항공수요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만간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해공항의 수요 급증에 대해 정부는 2009년 이후 급성장한 저비용항공사(LCC)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렴한 항공료 덕분에 중국을 비롯한 인접한 국가의 관광객 수요가 몰렸다는 것. 실제 김해공항의 국제선 중 LCC 비중은 2009년 6%였으나 지난해 37%로 급증했다. 국제선 운항편수 역시 2009년 주 424편(24개 노선)에서 지난해 737편(30개)으로 늘었고, 이용객도 같은 기간 687만명에서 967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번 수요조사로 사실상 재추진의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부산과 대구, 경북, 울산, 경남의 신공항 유치경쟁도 다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하며 수면위로 떠오른 신공항 건설 계획은 이듬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할 때까지만 해도 부산 가덕도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최종 후보지에 대한 경제성 분석이 진행 중이던 2009년 대구를 중심으로 나머지 지자체들이 밀양을 적합지역으로 지목하며 갈등은 본격화됐다. 이후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정부는 2011년 백지화를 선언했다.
신공항의 불씨가 다시 살아난 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또 다시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지난 6ㆍ4 지방선거에선 지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서병수 부산시장은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가 불발되면 시장직을 내놓겠다”고 발언했고, 권영진 대구시장 역시 “남부권 전 지역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은 밀양이 최적”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향후 진행될 사전 타당성 검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각 지자체 간 검증 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 하지만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안전한 공항’(부산)‘1시간 이내 접근 가능한 공항’(대구ㆍ경북) 등 기준의 핵심 문구 요구부터 판이해 사실상 이달 내에 시작되긴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전 타당성 조사는 약 1년이 걸리며 이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도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신공항 건설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승창 항공대 교수는 “영남권 내 항공 수요 증가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터미널 증축 및 활주로 변경 등 다른 대안도 있는 만큼 신공항 건설 여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사업이 좌지우지 된다면 국민의 혈세만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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