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9범 김모(54)씨는 빈집이나 상가 전문 털이범이다. 지난해 8월 징역 3년을 살고 나온 뒤로 손을 씻으려고 했지만 넉 달을 넘기지 못했다. 서울 중구 주교동 한 냉면집의 열린 창문을 기어이 타고 넘었다. 김씨는 식당 금고에 있던 현금 100여만원과 카운터에 있던 150만원 상당의 카메라를 훔쳤다.
식당 주인이 신고했지만 경찰은 단서를 잡을 수가 없었다. 식당에는 폐쇄회로(CC)TV나 침입감지기 등 보안장치가 전무했고, 베테랑 절도범인 김씨는 장갑을 껴 현장에 지문 하나 남기지 않았다.
훔친 돈이 떨어지자 김씨는 올해 2월 다시 범행 장소를 물색했다. 보안장치가 없는 영세식당이 집중 공략 대상이었다. 과거 잠시 식당에서 일한 경험상 주인들이 창문이나 금고를 잘 잠그지 않는다는 것, 흔적만 남기지 않으면 10만원 정도 없어져도 신고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김씨는 서대문ㆍ종로ㆍ중구 일대 영세식당을 돌며 절도 행각을 이어갔지만 10만~20만원씩 훔쳐서는 항상 쪼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5월 24일 종로구 사직동의 한 뷔페식당을 털기로 마음 먹었다. 욕심을 낸 탓일까. 김씨는 시설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어겼다. 잠긴 창문을 깬 것도 모자라 금고 잠금장치를 드라이버로 부쉈다. 잔뜩 기대를 하고 연 금고에는 현금 25만원뿐이었다.
완전범죄를 꿈꿨던 김씨는 드라이버를 뷔페식당에 놓고 나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사건 현장에 있던 드라이버의 DNA 분석을 의뢰해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 20일 종로구 창신동의 한 만화방에 있던 그를 검거했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영업이 끝난 식당 아홉 곳에서 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예상대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소액을 훔친 식당 다섯 곳은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식당들은 주방 등 가게 뒤쪽 창문을 잠그지 않거나 CCTV를 설치하지 않는 등 보안이 허술한 경우가 많다”며 “절도뿐 아니라 방화 등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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