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국내 첫 원전인 고리1호기의 수명 재연장 작업에 착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수원이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 송호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7월 23일 발전소 설계전문회사인 한국전력기술과 고리1호기의 ‘예비 안전성 평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평가작업이 진행 중이고 보고서 제출 기한은 10월 22일이다.
이번 용역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한수원이 고리1호기의 수명 재연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평소의 의심을 확인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즉각 평가작업을 중단하고 폐쇄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이번 용역은 법에 따라 모든 원전이 10년마다 거쳐야 하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의 일환으로 원전 수명 연장 여부는 그 다음 문제라는 원칙적 설명에 머물렀다.
따라서 이번 의혹은 용역보고서가 나오는 10월 하순에 부분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연말에 확실하게 진위가 드러날 전망이다. 원전 운영자가 원전의 ‘계속 운전(수명 연장)’을 원할 경우 설계수명이 끝나기 2~5년 전에 주기적 안정성 평가보고서, 수명 평가보고서,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보고서 등 3개 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내야 한다. 고리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2007년 1차 수명 연장에 들어갔고, 2017년 6월 18일까지 운용된다. 따라서 한수원은 내년 6월 18일까지 3개 보고서를 제출해야 고리1호기의 수명 재연장 검토에 들어갈 수 있고, 우선은 예비 안전성 평가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어야만 한다. 한편으로 발전소를 폐쇄할 의향이 있는 사업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이전에 폐지 의향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연말의 기본계획 내용이 일찌감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2007년 고리1호기의 수명 연장에 조건부로 찬성했다. 엄밀한 안전성 평가와 설비 보완으로 국민의 원자력 안전 불안을 덜 수 있다면, 수명연장은 심각한 예비전력 부족 상황을 타개할 합리적 방안이라고 본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인식이 한결 날카로워졌다. 불량 부품 납품을 둘러싼 원전 비리도 국민 불안을 자극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리1호 원전의 수명 재연장은 물론이고, 지난해 수명을 다한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원전의 수명 연장 여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종 결정하고, 원안위는 기술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에 대해서도 둔감할 수 없다. 고리1호기의 수명 재연장 여부도 예비 안전성 평가 결과에 달린 것이 아니라 국민 뜻에 달려 있는 셈이다. 한수원이 우선 이번 논란에 대해 분명하게 답하는 것 또한 국민 신뢰를 키워나가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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