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어제 영남지역 항공수요 조사 연구결과를 내 놓았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7%의 항공수요 증가로 2023년부터 김해공항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와 규모, 경제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동남권 신공항은 해묵은 지역 숙원사업이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2011년 3월 국토부의 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 미흡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필요성을 언급하고 국토부가 지난해 원점에서 재추진키로 하면서 다시 탄력이 붙었다. 국토부는 3년5개월 전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이번에 뒤집은 이유로 금융위기 이후 저비용항공사의 급성장으로 항공요금 인하 및 운항편수 증가 등 항공시장 상황 급변을 들고 있다.
하지만 3년여 만에 180% 달라지는 연구결과라면 미덥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0만평 부지에 활주로 2개를 갖추는 신공항계획의 골자는 이명박 정부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항공수요의 지속적 증가를 전제로 수요예측을 하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2017년부터 국내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등 앞으로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는 불가피하다. 현재도 대구든 부산이든 영남권에서 2시간 남짓이면 KTX로 서울 도착이 가능하고, 앞으로 철도교통 수단이 더욱 빨라져 항공수요를 대체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 봐야 한다.
경제성 논란 못지 않게 우려되는 건 극심한 지역갈등 문제다. 부산권은 가덕도 유치에, 대구·경북권은 밀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 상공인과 언론까지 가세해 죽기살기로 싸웠던 2011년의 행태가 재현되고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두 지역은 이미 사전 입지 타당성 조사항목을 놓고 힘겨루기를 해온 상황이다. 부산은 ‘24시간 운영 가능한 안전한 공항’, 대구ㆍ경북은 ‘1시간 이내 접근’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앞으로 나올 전문가의 조사결과에 관련 지자체들이 승복한다는 전제 없이는 사전 타당성조사를 섣불리 시작해선 안 된다.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는 신공항 건설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치 및 지역 논리를 걷어내고 신공항이 정말 필요한지부터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가덕도와 밀양은 부지 조성에만 5조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공항건설에 대략 10조원 안팎, 경우에 따라서는 1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돈 먹은 하마로 전락한 무안, 양양 등 전국 11개 지역공항 실패의 전철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국가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신공항의 경제성을 냉정하게 따지는 한편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현실적인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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