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하다 미끄러져 하천에 빠진 듯 "지류로 사람 떠내려갔다" 진술도
부산 침수 차량서 잇단 사망자, 산사태 발생 경로당 건물 덮쳐
25일 오후 2시50분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덕곡천 인근에서 승객을 태우고 가던 시내버스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하천으로 떠내려갔다. 버스는 교각 난간에 부딪쳐 멈췄지만 안모(19)양이 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버스 운전사 정모(55)씨를 포함한 4~5명은 실종됐다. 소방대에 의해 수습된 안양의 시신은 인근 마산연세병원에 안치됐다.
사고 당시 버스 안에는 안양과 운전사 정씨를 포함해 모두 4~6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와 다른 승객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버스 창문을 깨고 안으로 진입해 구조 작업을 벌인 데 이어 오후 7시 15분쯤 크레인을 동원해 버스를 물 밖으로 인양하는데 성공, 차량 안을 살폈지만 추가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사고 버스에서 수거한 블랙박스를 복원해 탑승객 수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 일대는 바다와 가까워 실종자들이 거센 물결에 휩쓸려 바다까지 갔다면 수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고 버스가 진북면 지산리에서 진동면 쪽으로 운행하던 중 평소 운행노선인 1002번 지방도가 침수돼 차량 통행이 통제되자 인근 제방농로로 우회해 운행하다 불어난 물에 휩쓸려 덕곡천으로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에서도 시간당 최대 130㎜의 집중호우로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량이 잠기거나 떠내려가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 15분쯤 동래구 우장춘로의 지하차도에서 승용차 1대가 물에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지하차도 안 침수된 차량에서 나모(57·여)씨와 임모(15)양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 모두 숨졌다. 경찰은 금정산 주변에 집중적으로 내린 빗물이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밀려들어 이들이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날 오후 4시쯤 북구 덕천동의 한 아파트 옆 경사진 길을 건너던 남모(59·여)씨가 좁은 골목길을 따라 형성된 급류에 휩쓸려 넘어졌다. “길 가던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20여분간 수색한 끝에 차 밑에 깔려 숨진 남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경사진 길에 주차된 차량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넘어져 있는 남씨를 덮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오후 4시 30분쯤 기장군 일광면에서 승용차 1대가 인근 하천에서 범람한 물에 휩쓸렸다. 물에 휩쓸린 승용차는 인근 논으로 밀렸고 타고 있던 직장 동료 3명 가운데 2명은 가까스로 빠져 나왔으나 운전석 옆자리에 있던 홍모(53ㆍ여)씨는 숨졌다. 인근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퇴근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로 원전이 멈춰서는 일도 처음 발생했다. 오후 3시 54분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고리 2호기(설비용량 65만kW)가 가동을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측은 “고리 2호기의 취수건물에 빗물이 과다 유입되면서 취수펌프가 자동으로 멈춰, 설비 안전을 위해 원전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배수 작업을 거쳐 안전 점검을 실시한 뒤 이상이 없으면 고리 2호기를 재가동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4시까지 부산에 내린 비는 관측소 기준으로 98.5㎜에 불과했으나 금정구 242㎜, 북구 221.5㎜, 기장군 187㎜ 등 특정지역에 물 폭탄이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금정구 온천천 등 도심 하천이 범람하면서 도로 곳곳의 차량 통행이 차단돼 극심한 교통 정체를 빚었다. 부산도시철도 1,2,4호선 상당 구간도 침수로 운행을 중단했다가 배수가 되는 순서대로 운행을 재개했다.
폭우로 인한 아찔한 장면도 여러 번 있었다. 오후 4시쯤 북구 구포1동 양덕여중의 건물이 3층까지 침수돼 학생 400여 명이 5층 옥상으로 긴급 대피했다. 다행히 빗줄기가 가늘어져 학생들은 한 시간 뒤쯤 무사히 귀가했으나 학부모들은 불안에 발을 동동 굴렀다. 앞서 오후 2시 22분쯤 부산 북구 구포동 신진2차아파트 뒤편에서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 토사가 마을 경로당을 덮쳤다. 다행히 집중호우 때문에 경로당 문을 열지 않은 상태여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구포3동 태륜빌라 뒤편에서도 산사태가 발생, 빌라 10가구 주민 20명이 인근 학교로 긴급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와 함께 고성군 회화면 삼덕리 14번 국도 우조휴게소 인근에서 산사태가 나 차량 1대가 파손되고 2차선 도로 중 한 개 차선이 통제되는 등 10여건의 크고 작은 산사태로 차량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고성군 회화면 삼덕리 14번 국도 우조휴게소 인근에서 산사태가 나 차량 1대가 파손되고 2차선 도로 중 한 개 차선이 통제되는 등 10여건의 크고 작은 산산태로 차량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창원=이동렬기자dylee@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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