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피하기 힘든 상황서 제작진과 약속 선택
"무지에서 비롯된 불찰, 영화에 피해 없었으면"
“제 불찰이고 무지에서 출발한 일이니 혼나는 건 당연한데 영화에 공 들인 분들께 피해가 갈까 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영화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알리는 자리였지만 송혜교(32)는 최근 불거진 세금 탈루 사건에 대해 먼저 말했다. 25일 만난 그는 ‘불찰’ ‘무지’ ‘잘못’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쏟아지는 비난을 피해 숨기도, 영화를 홍보하겠다고 나서기도 힘든 상황에 송혜교는 제작진과의 약속을 택했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선천성 조로증으로 여든 살의 신체 나이를 갖게 된 열여섯 살 소년과 아픈 아들을 키우는 부모의 서글픈 삶을 그린다. 송혜교는 동갑내기 남편(강동원)과 뜻하지 않게 열일곱의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된 뒤 가수의 꿈을 버리고 아들의 병간호에 온 힘을 쏟는 미라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 출연을 결정한 첫째 이유로 이재용 감독을 꼽았다. “제가 감독님의 영화 중 ‘정사’와 ‘스캔들-남녀상열지사’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특히 ‘정사’를 좋아해요. 섬세한 감정 묘사가 좋아서 감독님의 팬이 됐고 주위에 소개해 달라고 해서 만난 뒤 친하게 지냈죠. 몇 번 같이 영화를 할 기회가 있었으나 못했는데 이번엔 첫째로 저를 불러주셨어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강동원이 송혜교의 차기작에 관심을 보이면서 두 주연 캐스팅이 확정됐다. “사실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송혜교와 “독특한 영화를 선호하는” 강동원의 취향이 이 영화에서 접점을 찾은 것이다. 두 사람이 영화에 흥미를 느낀 건 기존 신파 영화와 달리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강동원과 사귀는 게 아니냐는 소문을 애써 염려하진 않았다. “오랜 친구고 정말 친구예요.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라 이제 무감각해진 것 같아요. 동원씨는 현장에서 저보다 훨씬 꼼꼼해요. 제가 오히려 남자처럼 털털하죠.”
송혜교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했다. “영화 속 미라보다 훨씬 더 개구쟁이였던 어머니, 어려서 딸을 낳고 꿈을 포기해야 했던 어머니”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예고편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는 이재용 감독이 생각하는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 김애란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도 읽지 않았다. 감독은 미라가 삶에 찌들어 있고 좀 더 억척스러운 인물이기를 바랐지만 송혜교는 인위적으로 보일까 봐 자연스러운 면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 슬슬 결혼을 생각할 나이지만 그는 “오히려 20대 땐 결혼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일이 더 좋다”고 했다. 작품을 가려 출연하느라 출연작이 많지 않은 점이 후회스럽다는 것이다. 중국 영화에 연이어 촬영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에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태평륜’과 중국 여배우 이넝징(이능정) 감독의 데뷔작 ‘나는 여왕이다’ 촬영을 마쳤다.
송혜교는 톱스타 중 영화 흥행이 좋지 않은 편이다. ‘가을동화’ ‘풀하우스’ 등 TV 드라마 히트작과 비견할 만한 게 없다. “한 작품이 잘 되면 그와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와요. ‘풀하우스’의 ‘곰 세 마리’ 장면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아요. 그 동안 잔잔한 성격의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겹치는 캐릭터도 많았죠. 그래서 전도연이나 김혜수 같은 분들이 부럽기도 해요. 기존에 하지 않았던 강하고 센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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