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야구 월드시리즈 11전 전승 29년 만에 세계 정상 올라
등록팀 158개뿐인 열악한 환경서 2만개 팀에서 올라온 미국 제압
번개 세리머니 등 즐기는 야구 연출

한국의 야구 새싹들이 29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2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데구장에서 열린 2014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미국 그룹 1위 일리노이(시카고 지역 대표)를 8-4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1984ㆍ1985년 연속 우승 이후 29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대회 예선과 본선을 합해 11전 전승이다.
전국에 리틀야구 전용구장이 7개뿐인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일궈낸 기적 같은 쾌거다. 등록 팀은 158개로 일본과 미국에 비해 턱 없이 적다. 한국리틀야구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 공식 등록 팀만 700개에 달하며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팀까지 더하면 2,000개를 넘는다. 미국은 약 2만개의 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세 이하 서울시 대표로 꾸려진 리틀야구 대표팀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예선에서 6전 전승을 거두고 본선 무대에 올랐다. 그 동안 줄곧 일본과 대만 등에 막혀 예선 벽을 넘지 못했지만 두 팀을 모두 넘고 월드시리즈에 합류했다.
본선에서도 체코와 푸에르토리코를 잇달아 제압한 한국은 숙적 일본을 다시 만났다. 지난 21일 예선에서 한 차례 맞붙어 이겼던 만큼 24일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12-3으로 가뿐히 따돌리고 결승에 올랐다.
극도의 긴장감이 밀려오는 결승전. 더구나 라마데구장에는 2만8,671명이 가득 들어찼다. 처음으로 만원 관중 앞에 선 야구 소년들은 긴장을 하기보다 야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홈런을 치면 홈 플레이트에 모여 ‘인간 번개’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번개 세리머니’를 하는 등 유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한국은 6회말 2사 후 투수 최해찬이 마지막 타자를 2루수 땅볼로 요리하고 18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자 모든 선수들이 마운드로 몰려들었다.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고 그라운드를 누비는가 하면 일부 선수는 마운드의 흙을 담기도 했다. 또 자신들을 잘 지도해준 박종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헹가래도 잊지 않았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소년들은 우승 소감도 당돌했다. 신동완은 경기 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시차가 다른데도 많은 분들이 우리를 응원해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서울 팀 중에서 선발한 대표팀은 3개월 전 처음 모였을 때 선수들끼리 대화도 잘 하지 않는 서먹한 상태였다. 코치들 또한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어려웠다. 각 팀마다 기술 교육 방식이 달라 접근하는 것이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예선을 득실 차로 힘겹게 통과하고,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예선에서 전승을 거둔 이후부터 선수들은 끈끈하고 강해졌으며 기술 훈련도 서로의 것을 접목했다. 여기에 대회 준비 과정에는 중학교 선수들과 많은 연습 경기를 통해 실전 경험과 자신감을 쌓으면서 대표팀은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미국 볼링그린 하이스쿨에서 연수 중인 이종열 전 LG 코치는 “연습 경기 진행은 코칭스태프의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아무리 같은 연습을 한다고 해도 실제 경기와 같은 상황은 연출되기 어렵기 때문에 게임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배워야 한다. 이렇듯 세심하고 철저히 준비돼 있는 팀이 대한민국 리틀야구 대표팀”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