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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의 길 위의 이야기] 감쪽같이

입력
2014.08.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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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화 한 짝이 없어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전날 밤 침대에 눕기 전까지 분명 신고 있었던 걸 기억하는데 일어나 보니 마루에 굴러다니는 건 덜렁 한 짝. 나머지 한 짝은 침대와 소파 밑, 빨래바구니, 신발장까지 샅샅이 뒤져도 도대체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마술처럼 사라진 게 벌써 일주일 전. 이미 너덜너덜해진 터라 기회다 하고 남은 한 짝도 냉큼 버리면 좋으련만, 무슨 미련인지 새로 살 생각은 않고 맨발로 돌아다니며 발바닥에 먼지만 묻히고 있다.

집 안의 소소한 물건이 사라진 게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책상서랍의 잡동사니들이 야금야금 없어져 한때는 서랍이 게걸스레 먹이를 삼키는 입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계절이 지나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빨간 스웨터는 이듬해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질 않았는데, 맹렬한 수색을 거쳐 체념한 후에도 떠오를 때마다 이곳 저곳 뒤적여 본 기간만 대략 5년, 그예 마음을 접은 건 이사를 한 후였다.

사람이 없거나 잠들었을 때 집에서는 정녕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마루에는 성주신, 안방에는 삼신, 부엌에는 조왕신, 화장실에는 측신이 산다더니, 이렇게 홀연 행방을 감춘 물건을 찾다보면 어느 구석엔가 그런 초자연적인 존재가 둥지를 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진다. 그러고 보니 실내화 한 짝을 정말 찾기 위해 찾는 건지, 내심 우리 집에 깃든 ‘그분’께서 감쪽같이 감추었길 바라는 건지 좀 헷갈리기도 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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