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다른 해에 비해 때 이른 시기에 추석을 맞이하며 조금은 당황스럽기 조차하다. 개강을 하자마자 바로 다음 주가 추석연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9월 1일에 개강을 한다. 첫 주에 강의개요를 설명하고 그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는데 올해는 개강과 더불어 또 추석연휴가 시작되니 개강하고 3주째나 돼서야 본격적인 강의에 돌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녀들의 비싼 대학등록금을 대는 학부모의 입장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아까운 돈이 더 아까워질 일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1990년에는 고등학교 졸업생 4명 중 1명이 대학에 진학하였으나 2000년에는 2명중 1명이 그리고 2010년에는 10명중 7명이 대학엘 진학하고 있다. 대학진학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으며 고등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대학원진학률 또한 매우 높아지고 있다.
교육에 대한 지출을 우리는 투자라고들 말한다. 국어사전에는 투자를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으로 되어 있다. 즉 교육투자란 미래에 일정한 수익이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교육을 위해 현재 돈이나 시간을 쓰거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다른 투자와는 조금은 다른 특성이 있는 게 교육이라는 투자인 것 같다. 다른 투자의 경우 투자자와 수익자가 대부분 같은 사람임에 비해 교육투자의 경우에는 투자자와 수익자가 다르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님들이지만 그 결실을 누리는 사람은 자녀 본인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들에 대한 교육투자의 결과로 자녀들이 성공을 이루었다면 그 성공에 대한 성취감의 일부를 부모님들이 공유할 수 있을 것이고 부모님들은 이를 투자수익으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비에 대한 지출을 투자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다. 얼마 전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자녀에게 “너 과외비랑 학원비가 얼마나 드는지 아니?” 라고 했더니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원해서 하는 건데 내가 왜 신경을 써?”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모든 자녀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식의 교육을 위해 부모가 투자라고 생각하며 쓰는 돈이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 자신을 위한 소비로 비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사회적으로 노후 준비체계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부모들이 은퇴를 맞이하고 있다. 그나마 조금은 넉넉하게 받을 수 있는 공무원연금을 비롯해 군인연금이나 사학연금 등의 직역연금을 손본다고 한다. 누가 개혁안을 준비하든 많이 내고 적게 받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은퇴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은퇴자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저축을 해야 하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비 때문에 자신의 은퇴준비는 뒷전이기 십상이다. 연구들에서도 은퇴준비를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교육비를 들고 있다. 지금 내 자녀에 대한 과한 교육비 지출이 과연 투자인지 아니면 소비인지 좀 더 신중히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자신의 노후준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의 교육비를 대느라 부모님들이 노후 준비를 못해 자식이 부모님들을 봉양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자녀들이 기꺼이 ‘그래 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를 하셨으니 이제는 내가 모셔야지’라고 생각할까? 오히려 ‘차라리 그때 내 교육비로 돈을 쓰지 말고 자신들의 노후준비를 좀 하시지’라고 생각하는 자녀들이 더 많지는 않을까? 교육비는 투자일 수도 있지만 소비일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서도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부모들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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