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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신임 주일대사의 과제

입력
2014.08.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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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수 신임 주일대사가 23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통해 입국, 본격적인 대사직 수행에 나섰다. 일본 언론은 유 대사가 일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4선 국회의원으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지낸 지일파인데다, 아베 신조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장관과 폭탄주를 대작할 정도로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부임에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경찰총수인 치안본부장과 충남도지사를 거친 행정경험이 풍부한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어 경직된 한일관계 개선에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임 대사에 대한 일본 내 우호적인 반응은 거꾸로 말하면 비정상일정도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를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는 인식의 전제가 바탕에 깔려있다고 본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한일관계를 둘러싼 꼬인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 지 막막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병기 전임 대사의 국정원장 내정에 따른 후임 대사 부재가 두 달 이상 지속되는 사이 일본에서는 가뜩이나 경색된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전자는 아베 정권이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 검증을 발표한 것이고, 후자는 아사히신문이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자”는 내용의 시리즈기사를 게재한 것이다. 일본 내 보수 정치인들은 두 가지 사건을 계기로 고노담화를 아예 뒤집는 새로운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는 여론 정비에 나서고 있고, 일부 보수우익세력은 이를 빌미로 애당초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논리까지 펴고 있다.

특히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둘러싼 논란은 국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언론은 아사히신문이 이달 6, 7일자 특집 기사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논란은 여성에 대한 자유의 박탈과 존엄 유린에 있다”는 논리의 보도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반면 일본 내에서는 아사히신문이 이와 함께 보도한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제주도에서 위안부 사냥에 나섰다고 증언한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사망)의 주장에 근거해 작성한 10여건의 자사 기사를 취소한다”는 내용에 더욱 집착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보수 언론과 논객들은 연일 아사히신문이 자신들의 오보를 감추기 위해 해괴한 논리로 위안부 문제를 희석시킨다며 아사히 때리기에 나서고 있고, 보수우익단체들은 “일본을 세계적인 창피를 안겨준 아사히신문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임 유 대사에게 주어진 첫 번째 외교적 과제는 주일대사의 부재 기간 일본에서 벌어진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고, 위안부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해법을 찾는 일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일본 내에서 위안부 강제 연행을 반성하고, 그릇된 역사관을 바로잡으려는 세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 대사는 이번 기회에 한일 양국 정치인의 인맥 재정비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일관계는 이전에도 삐걱대던 시기가 있었지만, 정치인의 위기 봉합 노력 덕분에 일정한 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양국 정치권의 물갈이가 진행되면서 지일파, 지한파 정치인이 줄었고, 위기상황이 도래했을 때 갈등 해결에 나설 중재자도 사라졌다. 박근혜 정부가 정치권을 떠난 지 오래된 유 대사에게 주일 대사직을 맡긴 것도 일본 내 인맥을 십분 활용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한국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은 혐한세력의 헤이트스피치에 정신적인 고충을 받고 있고, 일본 내 한류붐이 주춤하면서 경제적인 타격까지 입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는 배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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