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2인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제의한 안보법제담당장관직을 고사키로 했다고 일본언론이 24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와의 안보 정책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이 외면적 이유이지만, 내년 9월로 다가온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를 누르고 새 총리가 되기 위한 야심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간사장은 9월 내각 개편을 앞두고 아베 총리가 타진한 안전보장법제담당장관 취임에 대해 “안보정책에 관한 지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수락하기 어렵다”며 거절 의사를 주변에 밝혔다. 이시바 간사장은 금주 중에 예정된 아베 총리와의 회동에서 이런 생각을 전달할 방침이다.
한때 장관직 수락을 검토했던 이시바 간사장은 “아베 총리와 안보법제에 대한 기본적 생각이 달라 국회에서 추궁 당할 경우 지론을 굽혀야 한다”는 이유로 입각을 거절하고 있다. 실제로 이시바 간사장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국가안전보장 기본법안의 조기 성립을 주장하는 반면 아베 총리는 일정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시바 간사장의 입각 고사의 근원적 배경은 아베 총리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 재선을 위해 경쟁자인 이시바 간사장의 당내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안보법제담당장관직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시바 간사장은 2012년 9월 총재선거 1차 투표에서 아베 총리를 압도적인 표차로 이겼지만, 과반수 득표에 실패해 2차 투표에서 역전패를 당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절치부심 차기 총재를 노리는 이시바가 아베 총리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다.
일본 언론은 “이시바 간사장과 아베 총리와의 불협화음이 확산될 경우 아베 총리의 정국 운영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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