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들의 반격… 정치권의 집중 견제 심해지고 권한 남용 방지 시대적 요구
내부의 반성… 말 잘 듣는 검사를 중요 부서로 전문성 제고 노력 부족해
검찰 특수수사를 지켜보는 묘미는 돈과 권력을 갖고 무소불위로 군림하던 ‘거악’(巨惡)의 추락이다. 이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교도소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와 인과응보의 원칙이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검찰의 특수수사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권력의 핵심을 파헤치는 수사 성과는 거의 드물고, 굵직한 사건들도 줄어들었다. 사회가 깨끗해졌다는 말도 있고, 검사들의 능력이 떨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한 특수통 부장검사는 “둘 다 동의하지 않는다”며 “2003년 대선자금 수사를 기점으로 권력자들이 (검찰의 힘을) 알게 되자 집중 견제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제 시대적 요구는 검찰권 남용 방지가 되었다”고 씁쓸해 했다.
특수수사 사상 최대의 수사로 평가 받는 대선자금 수사를 담당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정치권이 너도나도 폐지하려고 했던 것도 결국은 검찰권, 그중에서도 특수수사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한 특수통 검사는 “요즘 검찰 수사를 바라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라고 자조했다. 다른 검사는 “까불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아니면 너나 잘해라 그런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검찰 내에서 특수수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말 잘 듣는 애들은 특수부 같은 중요 수사 부서로 보내고, 수사 좀 하는 애들은 다루기 어렵다고 지방 형사부로 내치니 수사가 잘 되겠냐”며 “인사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 특수통 검찰 간부는 “지금 분위기가 병사한테 소총만 쥐어주고 싸우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응원하는 사람도 없으니 사기도 떨어져 있다. 반면 수사 대상자는 훨씬 더 막강해지고 있는데, 제도적 보완, 시스템 정비가 없는 한 과거와 같은 수사들은 이제 하기 힘들다”고 했다.
특수통 검사의 자질과 능력이 과거만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을 뿐 달라지지 않았다” “검사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사회 거악과 한번 싸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치열함은 좀 줄어든 것 같다”는 등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수사를 경험하고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진단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특수수사에 자질을 보이는 검사들을 파견 받아 대규모 수사에서 실력발휘 기회를 줬던 중수부의 폐지를 특수통 검사들이 가슴 아파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포함돼 있었다. 중수부 출신의 한 지방청 부장검사는 “어차피 특수수사를 잘 할 수 있는 ‘싹수’가 있는 검사는 한정적”이라며 “이들을 얼마나 잘 훈련시키는가가 중요한데 그런 기회 자체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김진태 총장 취임 이후 부장검사가 주임검사를 맡아 수사를 직접 챙기도록 한 것이 젊은 검사가 혼자 힘으로 사건을 끌어가는 기회를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쓴 소리도 나온다.
검찰 조직이 과거와 달리 능력 있는 수사관이나 형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검사장은 “과거 특수수사는 검사가 반, 수사관이 반을 했고 검사보다 신문 잘하고 진술 잘 받아내는 노련한 수사관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특수수사에서 수사관의 역할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특수수사가 위축된 것에 대해서는 사회의 청렴도와 투명성이 개선되었다는 진단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5만원권이 생기고 금융이 고도화돼 적발하기 어려워졌을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검찰 간부는 “요즘은 대검에서 압수물을 전문적으로 분석해주고 과거에는 뇌물, 알선수재로 입증해야 했던 사안도 이제는 정치자금법으로 처벌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수사 여건이 좋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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