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집 사장부부 야반도주했다 덜미
서울 이태원동 갈비집 사장 정모(58), 황모(63ㆍ여)씨 부부는 A여행사 가이드 장모(47)씨가 가게를 찾으면 콧노래를 불렀다. 장씨가 올 때마다 일본인 관광객을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40명씩 데려왔기 때문이다.
5년 전 정씨 부부는 관광객이 낸 음식값 10%를 소개비 명목으로 주는 조건으로 A여행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 뒤로 장씨는 서울 도심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안내하며 일정에 관계 없이 첫날 저녁에는 꼭 부부의 고깃집에 데려갔다.
2년 뒤 부부는 친분이 두터워진 장씨에게 느닷없이 “한몫 벌게 해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친척이 자금줄이 마른 기업들에게 어음을 받고 현금을 빌려주는 일을 하는데 이자의 3분의 2를 투자자에게 돌려준다고 장씨를 유혹한 것이다. 장씨는 연 이율 24%, 1,000만원을 빌려주면 매달 20만원을 이자로 받을 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 넘어갔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가이드 1,300여명 중 상위 10% 안에 들 정도로 벌이가 좋았던 장씨는 올해 6월까지 3년간 한 번에 5,000만~1억5,000만원씩 13회에 걸쳐 모두 8억5,000만원을 부부에게 건넸다. 이자가 꼬박꼬박 수중에 들어왔기에 장씨는 안심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장씨는 부부의 고짓집 앞에서 주저앉았다. 부부는 가게 문에 ‘임대’라고 써 붙이고 야반도주했다. 5년간 가게에 손님을 끌어다 준 장씨에게 사기를 친 것이다. 부부는 가로챈 돈을 2012년 초 설립한 여행사를 운영하는데 썼다. 자금난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부부는 이달 초 전남 강진군으로 도망가 친구가 차린 33㎡(10평) 남짓한 고깃집을 대신 운영했다.
이달 초 수배가 내려져 경찰의 추적을 받던 부부는 20일 새 고깃집에서 덜미를 잡혔다. 조사결과 부부는 장씨 외에도 3명에게 같은 수법으로 3억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정씨 부부에 대해 사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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