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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제재, 외압 따라 수위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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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제재, 외압 따라 수위 '오락가락'

입력
2014.08.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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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중징계 사전통보 불구 KB 등 비리 개입 정황 못 밝혀

제재심 민간위원 6명도 금융당국 추천 인사로 구성

“한번 밉보이면 어떤 꼬투리라도 잡아서 징계를 하려고 하죠. ‘표적 제재’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A은행 전직 임원)

“막상 징계 절차에 들어가면 여기저기서 로비와 민원이 들끓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징계 수위가 뒤바뀌는 게 허다한 것도 다 그런 이유입니다.” (B은행 임원)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호언장담했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경징계로 수위를 낮춰주면서 금융당국의 제재권 행사의 적정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입맛에 따라 징계 대상이 정해지고, 외부 압력에 제재 수위가 흔들리고, 그러다 보니 해당 금융사는 혼란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금융감독원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은 6월9일. 금감원은 이 사실을 공공연하게 외부에 흘렸다. 징계 수위와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면서까지 두 사람을 압박하고 나선 것. 최수현 금감원장은 며칠 뒤 KB금융 사태와 관련해 “검사과정에서 발견된 위법, 부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엄중 제재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금감원 간부들은 잇따라 포화를 퍼부었다.

하지만 막상 6차례 제재심에서 금감원은 임 회장이 보고서를 조작한 데 개입했거나, 직접 이를 지시한 정황을 밝히지 못했다. 시스템 교체 관련 뇌물수수 등 비위 여부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22일 새벽 제재심은 두 사람의 징계 수위를 경징계로 낮췄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중징계 하겠다고 나서면서 ‘제재 리스크’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징계 수위가 뒤집힌 것이 이번 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에게 ING생명 인수협상에서 미공개 정보가 유출된 데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지만 역시 제재심에서 경징계로 결과가 바뀌었다. 올 4월에도 하나캐피탈 불법대출 사고와 관련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퇴직금부터 미술품 거래내역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김종준 하나은행장만 중징계를 받고 김 전 회장은 경징계에 그쳤다. “표적 조사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제재심이 각종 로비 등 외부압력에 취약해 제대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KB금융 관련 제재심도 두 달 넘게 제재가 지연되면서 감사원에서 유권해석 문제를, 금융위원회에서 정보이관 당시 사업계획서 미이행 논란 문제를 중간에 제기하면서 제재결과가 오락가락했다. 결국 정보이관 문제는 아직 매듭도 짓지 못한 채 분리 조치해 다음달 다시 제재심에서 다룰 예정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제재는 중징계를 외쳐온 금감원이 독립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경징계라는 하나 마나 한 ‘새벽 쇼’를 펼친 것에 불과하다”라며 “정치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금융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재심은 금융당국 관계자 3명과 6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데, 6명의 민간위원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각각 추천해 꾸려진다. 그러다 보니 검사권과 제재권 주체가 동일하고, 민간위원들도 당국의 압박과 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번에도 금감원이 경징계를 주장하는 위원들을 상대로 막판 설득 작업에 나서면서 제재심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사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재를 두고 몇 명이 밀실에 모여 ‘원님 재판’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제재심을 없애고 외압에서 자유롭고 감독권과 제재권을 분리한 독립 제재기구(가칭 금융제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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