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내 고교·대학생 24명이 결성...카페 열고 귀신의 집·자전거 관광 등
청소년이 직접 진행하는 놀이 개발.. 수익은 기부·지역사회 반응도 좋아
어느덧 뉘엿뉘엿해진 경기 의왕시 청소년수련관. 전등이 모두 꺼진 수련관 이곳 저곳을 초등학생과 중학생 4명이 작은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발걸음을 옮긴다. 흰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이 휙휙 지나다니는 바람에 뒷골이 오싹해 온다. 멀리 어두운 대강의실 깊숙한 곳에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황금 열쇠가 보인다. 얼른 달려가 열쇠를 잡으려는 찰라,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털복숭이 팔이 쑥 튀어 나와 한 학생의 다리를 움켜 쥔다. “으악~” 소스라치게 놀란 학생들은 무작정 출구 쪽으로 달려가지만 얼마 가지 못해 주저 앉는다. 창백한 얼굴에 시커먼 갓과 두루마리를 두른 저승사자가 싸늘한 미소를 흘리며 최후의 한 마디를 던진다. “자, 너희들 재미있게 놀았니?”
귀신들의 정체는 ‘청소년 놀이조작단’. 의왕시내 고교생과 대학생 24명이 5월 결성한 놀이 창작 동아리다. 지난 9일 놀이조작단의 두 번째 놀이로 ‘귀신의 집-호러 나잇’을 진행했다. 오후 6시부터 3시간여 동안 의왕은 물론, 인근 군포와 안양, 수원 등지에서 400여명의 체험객들이 몰렸다. ‘청소년 외 출입금지’라 청소년만 입장이 가능하다.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 대기실에서는 공포영화를 상영했다.
놀이조작단 김솔이(16) 홍보부장은 “150명 정도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사람들이 몰려 오후 9시40분까지 연장 운영했다”며 “그래도 청소년 출입금지 시간인 10시는 엄수했다”며 웃었다. 이날 벌어들인 12만3,000원은 관내 복지 기관에 기부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지역 청소년 축제인 ‘의왕시 청소년 종합예술제’에서 카페를 연 게 첫 번째 놀이였다. 취지는 “우리 뭐 하고 놀지?”라는 간단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전예건(17ㆍ우성고 2년) 놀이조작단장은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작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4월부터 회원들을 모집, 고교생 10여명이 모였고 대학생들도 합류했다. 김성현(18)군은 “학교에서 요양원 봉사 동아리를 했는데, 매년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정해진 틀에 따라 기계처럼 반복하는 봉사였다”며 “놀이조작단은 우리 스스로 놀이를 정해 준비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스스로 한다”고 설명했다. 정소명(20ㆍ순천향대 국제통상학과)씨는 “보통 동아리는 회장이나, 부회장이 아이디어를 내고 다른 회원들은 리더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 마련”이라며 “조작단은 문제가 생겨도 모두 함께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10월에는 세 번째 놀이 스포츠 데이를 진행할 예정이다. 요즘 중ㆍ고교에선 체육시간이 거의 없는데다 청소년들이 갈 데라고는 PC방이 전부인 점을 감안, 협동ㆍ협업을 강조할 수 있는 스포츠를 주제로 했다. 특히 ‘자전거로 의왕 돌아보기’는 백운호수, 누릿길 등 지역 관광 아이템을 100% 활용했다. 연말에는 네 번째 놀이로 동아리 경연대회를 연다. 의왕 관내에 청소년 밴드 동아리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조작단 부단장 전혜수(16) 양은 “보통 공식 청소년 대회에는 각 학교에서 제일 잘 하는 한 팀만 출전하기 마련이잖아요? 놀이조작단 동아리 경연대회에는 제일 잘하는 한 팀이 아닌, 실력이 조금 모자란 다른 팀들도 참여하는 모두를 위한 대회가 될 겁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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