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더 법무 지역 방문 이후 퍼거슨시 항의 시위 진정 국면
"나도 불평등 경험… 이해한다" 공감 표시하자 주민들 신뢰 보내
미국 최초 흑인 법무부장관 에릭 홀더의 ‘현장 리더십’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의 백인 경찰 총격 사망으로 인한 흑인 사회의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1일째 이어진 격렬한 항의 시위는 20일 홀더 장관의 방문 이후 진정 국면에 접어 들었다. 다음 날 미주리주는 대규모 폭동을 우려해 주둔시킨 주방위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외신에 따르면 전날 퍼거슨시를 방문한 홀더 장관은 브라운 총격 현장, 음식점, 대학 등을 찾아 지역 청년의 죽음에 분노한 주민들을 달랬다. 홀더 장관은 평소에도 흑인 인권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고 경찰의 흑인에 대한 과잉 대응을 반대하며 흑인 사회의 지지를 얻어온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사태 해결의 ‘소방수’로 낙점된 것이다.
홀더 장관은 현장에서 흑인으로서 동질감을 표시하며 공정한 수사에 대한 신뢰를 얻어냈다. 세인트루이스 커뮤니티대학에서는 대학생 및 지역인사 50여명과 만나 “나도 흑인으로서 불평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경찰에 대한 흑인들의 불신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는 시민 편에 있으며 이번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홀더 장관은 이어 이날 오후 브라운의 부모를 만났다. 그를 만난 뒤 브라운의 어머니 레슬리 맥스패든은 21일 CNN과 인터뷰에서 “어제까지도 (브라운을 쏜 경찰)윌슨을 기소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홀더 장관을 만난 후 정의가 실현될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브라운의 아버지도 이 방송과 인터뷰에서 시위대를 향해 “그 동안 보여준 지지에 감사한다”며 “이제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일부 시위대의 상점 약탈은 내 아들의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라며 폭력시위에 반대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홀더가 만난 것은 유족이나 흑인 주민만이 아니다. 퍼거슨시 치안 책임자인 미주리주 고속도로 순찰대장과도 회동했다. 시 경찰에게서 관할권을 넘겨 받아 임시로 이 지역을 관할하는 순찰대장 역시 흑인으로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투입된 ‘구원 투수’였다. 두 흑인 책임자가 만나는 장면이 흥분한 주민의 반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오바마의 지시에 따른 미국 연방 법무 총책임자의 현장 방문은 시위가 세계적인 뉴스가 되고도 한참 지난 뒤이니 늦었다고 할 수도 있다. 비록 늦긴 했지만 홀더의 퍼거슨 방문 이후 시위는 진정되고 있다.
시위대는 이날 새벽에도 퍼거슨시 플로리슨트 거리에서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한 대런 윌슨(28) 경관에 대한 조속한 기소를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갔지만 이날 체포된 사람은 6명으로 전날(47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하는 등의 폭력 행위도 없었다. 미주리 주지사가 사흘 만에 주방위군 철수 명령을 내린 것도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와 CBS의 19, 2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대응에 만족한다는 의견이 41%,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35%였다. 흑인 응답자 중에서는 만족한다는 비율이 60%, 불만은 20%에 그쳤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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