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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아닌 환자 위한 '인술'이 살아 있는 병원 만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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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아닌 환자 위한 '인술'이 살아 있는 병원 만들 터"

입력
2014.08.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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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설립 한강성심병원 모태, 당시 화상 근로자 치료 유일 병원

강남ㆍ강동ㆍ춘천ㆍ동탄 병원도 유방암 등 특화된 경쟁력 지녀

국내 최초 뇌졸중 환자 앱 이어 심장마비ㆍ외상환자 앱도 개발 중

이혜란 한림대의료원 의료원장은 "인술로 국민 건강을 위해 봉사하는 한림대의료원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이혜란 한림대의료원 의료원장은 "인술로 국민 건강을 위해 봉사하는 한림대의료원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한강성심병원이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이었어요? 그 병원 참 좋은 병원인데…”

이혜란 한림대의료원 의료원장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점심식사 도중 김 전 지사가 던진 이 말에 감동했다. 김 전 지사는 서울대 재학 시절 영등포 도시산업선교회 소개로 구로공단의 드레스 미싱 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을 했다. 그 때 김 전 지사는 작업 도중 손가락이 잘리는 등 산업재해를 입은 여성 노동자들 치료를 위해 한강성심병원을 들락거렸다.

“돈이 없다고 해도 치료해줘 너무나 고마운 병원이 한강성심병원”이란 김 전 지사의 말에 이 의료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3년만 있다가 다른 병원으로 가야지 생각했다 30년 넘게 한림대의료원에서 일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의료원장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람이 숨을 쉬는 병원’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그가 이런 목표를 세운 것은 한림대의료원을 설립한 일송(一松) 윤덕선 박사의 영향 때문이다. 이 의료원장은 “지금도 윤덕선 설립자께서 강조한 ‘의료시혜에 균점(均霑)을 기하고…’라는 말씀을 잊지 못한다”며 “설립자의 고귀한 정신을 계승해 한림대의료원을 인술로 환자를 치유하는 의료원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뇌졸중 30분 만에 치료하는 ‘브레인서버’ 개발

최근 한림대의료원은 큰일을 해냈다. 국내 최초로 급성기 뇌졸중환자 치료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브레인서버(Brain server)’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미국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졸중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실 도착 1시간 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뇌기능을 보호해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해도 인적 사항, 환자 상태 파악은 물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실 확보와 전문 의료진 호출까지 시간이 필요해 제때 혈전용해제를 투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브레인서버를 활용하면 119구조대가 현장에서 환자 성별, 나이, 환자 상태, 발병 후 경과시간, 병원도착 예정시간 등의 정보를 입력 송출하면 병원 서버를 통해 응급실, 신경과, 영상의학과 등 뇌졸중 관련 의료진에게 전송돼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치료와 관련된 모든 준비가 이뤄진다. 이 의료원장은 “브레인서버를 활용하면 30분 내 처치가 이뤄진다”며 “2004년 시작된 뇌졸중환자 등록사업을 한림대의료원 뇌졸중센터가 주관하고 있고, 2007년 휴대폰 문자를 이용해 ‘초급성기 허혈뇌졸중 활성화 시스템’을 가동해 치료시간을 단축한 적이 있어 브레인서버 개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장마비 환자를 위한 ‘하트세이버’가 올 하반기에 선보일 것”이라며 “외상환자를 위한 ‘트라우마 앱’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화상치료서 뇌졸중?두경부암?자궁근무력증으로 치료영역 확대

한림대의료원 하면 떠오르는 것이 화상치료다. 1971년 OB맥주공장과 서편에 무수히 많은 공장 굴뚝만 보이는 모래벌판에 세워진 한강성심병원은 공장에서 작업 중 화상을 입은 이들을 치료하는 유일한 병원이었다.

“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외과의 시절, 7명의 레지던트와 스태프를 데리고 무의촌에 가 혼자서 대수술 17건을 할 때, 레지던트들은 과로로 쓰러지고 외과를 포기할 정도였다. 그때의 나의 충만한 젊은 정력을 지금은 그리워할 뿐이다.”(윤덕선 선생 추모 글모음 ‘숨은 거인의 길’ 중에서)

‘고객’이 아닌 ‘환자’를 생각한 윤 설립자의 정신이 숨 쉬는 한강성심병원은 이제 한국은 물론 해외 화상환자까지 찾는 국제적인 화상 전문병원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화상치료뿐 아니다. 한림대의료원 본부격인 한림대성심병원(경기 안양시)은 뇌졸중, 심혈관, 유방암 치료에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강남성심병원(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자궁근무력증클리닉은 국내 최고를 자랑하고 있고, 강동성심병원은 두경부암센터와 소아청소년 성장클리닉, 웰빙센터를 특화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춘천성심병원은 뇌혈관센터와 심혈관센터 협진으로 화급을 다투는 뇌졸중과 협심증 환자들의 귀중한 생명을 지키고 있다. 한림대의료재단 산하병원 중 막내인 동탄성심병원은 심혈관센터, 소아청소년과, 척추센터, 스포츠외상센터, 인공신장센터 등을 통해 한림대의료원의 미래동력을 자임하고 있다.

“의료 본질에 충실해야 성장”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이 의료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이 의료원장은 “산하병원 발전과 함께 의료원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2004년부터 ‘마이티(Mighty) 한림’을 추진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국내 의료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의료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미국 컬럼비아대를 필두로 미국 코넬대, 뉴욕 장로교병원과 협약을 체결하고 매년 스웨덴 웁살라대, 중국 지린대, 일본 나고야시립대 등과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최근 대학병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암병원’을 개원했는데 한림대의료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우문을 던지자 “암 환자가 증가해 암을 많이 진료하는 병원이 훌륭한 병원으로 인식되고 수가도 높게 받을 수 있겠지만 이미 많은 대형병원이 암병원을 열어 한림대의료원은 별도의 암병원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아픈 사람을 고치는 의료인이 돼 행복하다”는 이 의료원장. 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기자가 될까, 작가가 될까 고민했던 소녀시절을 회상한 그는 “과거 의사선생님으로 불렸던 시절로 돌아갈 순 없지만 의사와 환자가 소통하는 따뜻한 인술이 살아 숨 쉬는 한림대의료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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