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달성 박태종보다 3년 빨라
4년 연속 100승 돌파도 "말에게 맡기는 게 승리 비결"
“대기록을 달성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18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구 서울경마공원)에서 만난 문세영(34) 기수는 대기록 달성에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999승을 기록 중이던 문 기수는 16일 ‘천하미인’에 기승해 첫 경주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승리를 따내며 개인 통산 1,000번째 승리를 완성했다. 박태종(49) 기수가 2004년 2월 사상 첫 1,000승을 돌파한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향후 20년 이상 깨지지 않을 기록”이라고 했지만 문 기수는 보란 듯이 예상을 엎어 버렸다.
주목할 점은 1,000승 달성 시점이다. 1987년 4월 1일 데뷔한 박 기수는 6,150일 만에 달성했지만 2001년 7월 6일 데뷔한 문 기수는 4,789일만에 달성, 무려 3년여가 빠르다. 특히 2008년 128승으로 처음 연간 100승을 넘긴 이후 3개월간 마카오 경마장에 출전했던 2009년(84승)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100승’을 기록 중이다. 올해도 이미 91승(승률 27.6%)을 달성, 100승 돌파가 확실시된다. 통산 ‘2,000승’ 전망까지 나온다.
문 기수는 “(2,000승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목표”라며 손사래를 쳤다. 직업 특성상 40대 초반이면 은퇴하는데다 부상도 잦아 혹독한 자기관리와 행운 없이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연간 100승은 자신에 대한 꾸준한 채찍질인 만큼 최대한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2000년 고교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한국마사회 기수 공채 시험에 응시한 것이 경마와 인연을 맺은 계기다. 키 163㎝, 몸무게 53㎏으로 기수로서 더없이 좋은 신체조건을 가졌다. 태권도로 다진 민첩성과 유연성도 도움이 됐다. 특히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어서 가장 어렵다는 체중조절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마에 대해선 1%의 지식도 없었어요. 인생의 첫 기회였는데 제대로 잡았던 셈이죠.”
1,000승을 하기까지 아찔했던 순간도 많았다. 2008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초청 경주’는 잊지 못할 경험이다. 한국 대표 5명 중 한 명으로 출전한 그 날은 생일(9월 4일)이었는데 출발 직전 말이 뭔가에 놀라 갑자기 솟구치는 바람에 낙마했다. 동시에 옆에 있던 말이 그의 가슴을 걷어 차 심장이 일시 멈췄다. 트레이너의 응급처치로 수일 뒤 의식을 회복했지만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2005년 새해 첫 경기에서는 달리던 말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바람에 쇄골이 부러져 세 번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승리 비법에 대해서는 “말에게 맡긴다”고 했다. “예전에는 선두권을 유지하기 위해 말에게 많은 요구를 했고, 최단거리 라인을 확보하려고 무리하게 인코스를 공략하다 보니 페널티가 잦았습니다. 요즘엔 말이 달리고 싶은 데로 조절만 해 주니 오히려 더 성적이 좋아요.”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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