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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증권 주진형 사장 파격 행보에 엇갈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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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증권 주진형 사장 파격 행보에 엇갈린 평가

입력
2014.08.2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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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에 매도의견 10% 포함 성과금 없애고 과당매매 근절

내부선 애널리스트 10여명 퇴사, 경쟁사들도 "불량 회사 매도" 불만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사장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사장

곤두박질치던 한화투자증권을 살리겠다며 작년 9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주진형(사진) 사장. 그 동안 증권사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격 행보를 끊임없이 이어가면서 금융투자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그의 행보 하나 하나가 업계의 관행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들. “초반에 얼마 정도 그러다 말겠지” 하던 예상도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주 사장의 과감한 실험이 증권업계에 뿌리 깊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극찬이 쏟아지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의 튀는 행보가 현실을 왜곡하는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린다.

취임 이후 주 사장이 줄곧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증권업 위기의 근본 원인은 증권사 내부에 있다”는 것. 오랜 관행을 뜯어고치는 대수술에 나서지 않고서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그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다. 매일 아침 증권사가 내놓는 일일 리포트에 ‘매수’ 의견 일색에서 벗어나 ‘매도’ 의견을 10% 이상을 담도록 했다. 해당 기업과의 끈끈한 유착관계 때문에 매도 의견을 기피하는 관행을 타파하자는 것이었다.

또 매매 수수료를 기준으로 지급하던 개인 성과급 제도를 폐지하고 조직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투자자들이 믿고 맡긴 돈을 직원들이 성과급을 챙기기 위해 여러 상품으로 갈아타며 수수료를 높이고 있다는 것. 특히 지난 18일에는 5만3,0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연간 투자성과를 분석한 결과 전담관리자가 있는 고객의 수익률이 -5.1%로 그렇지 않은 고객 수익률 -2.7%보다 훨씬 못했다는 ‘자기 반성문’까지 냈다. “전담관리자들이 수수료 수익을 높이려고 불필요한 매매를 부추긴 탓”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뿐이 아니다. 5월말에는 업계에서 잘 나가던 레버리지펀드의 신규 판매를 전격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선물 투자를 통해 당일 증시 등락률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이 펀드가 박스권 장세에서는 상당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이런 펀드 구조조정에 따라 440개에 달하던 펀드 수는 100개 남짓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의 행보가 순탄하지만은 않다. 당장 회사 내부에서의 반발이 적지않다. 최근 애널리스트 10여명이 주 사장에 반기를 들고 퇴사했다. 매도 의견 10%를 담으라는 주 사장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 한 애널리스트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도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이 탐방을 막거나 정보를 전해주지 않는 등 불이익을 받는 게 현실”이라며 “결국 고객 손해와 함께 능력 없는 애널리스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펀드를 대거 정리한 것을 두고도 일선 영업점에서는 “도대체 뭘 팔라는 것이냐” “다른 증권사와 경쟁하기 힘들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무엇보다 경쟁사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한 증권사 임원은 “마치 한화증권만 양심적인 회사고 나머지는 불량식품을 파는 회사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고 했고, 다른 자산운용사 임원도 “한화증권의 데이터 만으로 모든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객 수익률을 갉아먹는다는 식의 발표는 그릇된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기 반성문이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한화증권이 수수료를 기준으로 하는 개인 성과급 제도를 폐지한 것을 홍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게 된 업계와는 달리 외부에서는 주 사장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10년차 전업투자자인 이민형(45)씨는 “고객의 원하는 바를 정확히 주 사장이 짚고 있다”며 “증권 업계를 개인 투자자들이 떠난 원인이 이런 잘못된 관행에 지친 것일 수도 있는 만큼 다른 증권사들도 자기성찰과 함께 대대적인 개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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