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고, 국어·영어·수학B형 점수 국·공립고보다 4.4~5.5점↑
표준점수 상위 30개 시군구서 특목고·자사고·인기학군 지역 강세
수준별 시험으로 처음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사립고의 성적이 국ㆍ공립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지역 학생이 읍면 지역 보다 성적이 높았지만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특목고가 있는 일부 읍면 지역의 성적은 크게 상승했다. 재수생 및 여학생의 강세 역시 한층 뚜렷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4학년도 수능 응시자 60만6,813명의 성적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사립고가 국어, 수학, 영어 전 영역에서 국ㆍ공립고 보다 표준점수 평균이 크게 높았다. 특히 지난해 수능은 수준별 시험이 처음으로 도입돼 국영수 영역에서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나눠 치러졌는데, 사립고는 국ㆍ공립고보다 ▦국어A 4.2점, 국어B 4.4점 ▦수학A 4.8점, 수학B 5.5점 ▦영어A 2.8점, 영어B 5.2점 높았다. 어려운 B형만 놓고 보면 점수 차이는 4.4~5.5점으로, 지난해의 영역별 점수 차 4.1~5.3점보다 높아 양측의 격차가 더 커졌다. 사립고는 모든 영역에서 1ㆍ2등급 비율이 높았고, 8ㆍ9등급 비율은 낮았다.
평가원은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점수 차이를 분석 결과 발표에서 제외했으나 표준점수 상위 30개 시군구를 살펴보면 인기 학군지역과 특목고, 자사고가 있는 지역의 강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영역에서 표준점수 상위 30위 안에 든 시군구는 모두 8곳으로 서울 강남구, 서울 서초구, 대구 수성구, 광주 남구, 경기 과천시, 충북 청원군, 경남 거창군, 제주 제주시 등이다. ‘교육특구’로 통하는 서울 강남 지역과 지방의 ‘교육특화도시’들이 포진한 것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영어 A를 제외한 5개 영역 가운데 3개 영역 이상에서 상위 30위에 새롭게 든 지역은 경기 안양시, 광주 동구, 광주 서구, 부산 동래구, 서울 양천구, 전북 익산시 등 4곳인데 모두 자사고, 자율고가 있는 지역”이라며 “2014학년도 수능에서도 이들 학교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표준점수 영역별 1, 2위 지역에서도 특목고와 자사고 등이 있는 지역이 강세였다. 지난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강원외고가 있는 강원 양구군은 국어Bㆍ수학Aㆍ영어B 영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고, 전국 단위 선발 자사고인 장성고가 있는 전남 장성군은 국어A에서 1위, 국어Bㆍ수학Aㆍ영어B 영역에서 각각 2위를 차지했다. 수학B와 영어A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경기 과천시와 경북 울진군도 외국어고와 자율형고교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졸업생과 여학생의 강세도 여전했다. 졸업생이 재학생보다 국어A 9.4점, 국어B 9.9점, 수학A 11.2점, 수학B 8.1점, 영어A 5.7점, 영어B 9.3점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1ㆍ2등급 비율도 졸업생이 재학생의 2배가량 높았다. 여학생의 영역별 표준점수 분포는 100.1~106.0점으로 남학생의 97.8~101.3점보다 월등히 높았고, 모든 영역에서 앞섰다.
학교 소재지별 격차도 여전히 뚜렷해 대도시 지역의 학생이 읍면 지역보다 수능 성적이 좋았다. 특히 수학B와 영어B의 점수 차는 각각 11.1점과 9.3점으로 어려운 영역일수록 실력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도별로 광주와 제주, 서울의 성적이 높았다. 표준점수에선 국어A는 대구와 제주가, 국어B는 광주와 제주, 수학A는 제주, 수학Bㆍ영어Aㆍ영어B는 광주가 가장 높았다. 1ㆍ2등급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국어Aㆍ수학Aㆍ영어A는 제주, 국어Bㆍ수학Bㆍ영어B는 서울이었다.
분석결과를 발표한 평가원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편이다’라고 응답한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일수록 모든 영역에서 표준점수 평균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이른바 ‘동료효과’가 크다는 것인데, 달리 표현하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반고의 약세 현상은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고착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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